티스토리 뷰

기업의 현재 상태는 숫자로 말해준다.

지난 3분기 동안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 Nokia는 1억 850만대의 휴대폰을 출하했으며, 103억 6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Apple은 740만대의 iPhone을 출하했으며, 4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숫자로만 본다면 같은 기간에 Apple은 Nokia가 생산한 휴대폰의 6.8% 수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매출은 Nokia의 43% 수준이다. Apple은 이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Strategy Analytics의 조사에 따르면 iPhone을 통한 이익은 16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Nokia는 11억 달러에 그쳤다. (이 부분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Apple 전체 이익인지 iPhone을 통한 이익인지가 보도하는 매체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 포스팅에서는 iPhone을 통한 운영이익으로 해석한다.) 

희비가 엇갈리는 스마트폰 시장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Nokia 휴대폰을 샀지만, Nokia 휴대폰 판매량의 10%에 못미치는 단일 제품 하나로 매출은 Nokia 전 제품 매출의 40%에 육박하면서, 이익은 오히려 68%를 넘어서는 Apple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될까?

단적으로 해석하면 Nokia는 Apple에 비해 싼 제품을 여러개 많이 팔았고, Apple은 Nokia에 비해 단일 기종으로 비싸게 팔았고 이익을 많이 남겼다고 할 수 있다.

iPhone이 공개된지 이제 3년이 다 되었다. 2007년 1월에 공개했으며, 그해 6월부터 판매했으니 실제로 판매에 들어간 기간은 28개월 정도 된다. 28개월 동안 Apple은 마법을 부린 것이다. 적어도 Nokia 입장에서 바라보면 Apple은 3년간 자신들이 주도하던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기업이다.



2007년 iPhone이 판매되는 시점에만 해도 Nokia는 굳건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도 계속적으로 성장을 했다. Motorola만이 피처폰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휴대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Nokia의 점유율 하락, iPhone을 위시한 스마트폰의 성장이라는 뚜렷한 기조를 나타냈다. Nokia와 Motorola가 고전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피처폰 시장에서의 점유율 서서히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두 회사는 북미시장에서 Motorola마저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했다. (지난 3분기에 LG전자의 북미 점유율이 다소 감소했다. 스마트폰의 영향때문이다.)

2008년부터 시장에는 스마트폰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피처폰은 그저 점유율에는 영향을 주었지만, 제조사의 이익에는 크게 기여를 하지 못했다. 1위 Nokia가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다름아닌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피처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Apple과 RIM, HTC 등에 밀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OS 경쟁 그리고 Android

여기에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지형도 바뀌기 시작했다. 바로 Google이 Android라는 모바일 OS를 내놓고 스마트폰 OS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OS는 Symbian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그런 위치를 내놓을만한 강력한 도전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Android는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폐쇄를 개방이라는 코드로 바꾼 장본인이다. Linux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개발의 장벽이 낮은 장점도 있었고, Google이라는 거대 소프트웨어 거인이 지원하는 모바일 OS라는 점은 완성도를 높이는데 이상적이었다.

Nokia는 휴대폰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그들이 만들면 표준이 되던 시장은, 더이상 Nokia를 표준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OS에서 Symbian이라는 글자를 지우려는 제조사들의 모습에서 Nokia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순위를 보면 Nokia, Apple, RIM(BlackBerry), HTC 순이며, 삼성전자는 그나마 Windows Phone(Windows Mobile)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Nokia는 불안한 1위다. 판매량면에서는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 시장도 계속해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피처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받았긴 하지만, Apple의 iPhone으로 인해 재평가를 받았고, 최근 3년간 스마트폰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어떤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지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iPhone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 Motorola나 Sony Ericsson 같은 메이저 기업들이 Android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이는 곧 해당 제품의 성공여부가 기업의 흥망과 연계될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Apple로부터 충분히 배웠기 때문이다. 많이 안 팔아도 기업이 원하는 매출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음성에서 데이터서비스로의 전환을 노리는 이동통신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의 스마트폰 유행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모바일 OS 시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Symbian을 버리는 제조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2위 삼성전자도 Symbian과 Windows Phone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 물량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iPhone OS는 그 자체로서 빅히트를 치고 있으며, RIM의 BlackBerry OS도 나름대로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Palm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은 webOS를 가지고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장 커다란 변수가 바로 Google의 Android다. Android는 자체 스마트폰 OS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머지 제조사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뭉치게 하고 있다.

HTC를 스마트폰 제조사로 우뚝서게 만든 플랫폼이 바로 Android다. 기업의 생존을 Android에 맡긴 Motorola, 역시 재기를 노리는 Sony Ercisson이 가지고 나올 비장의 무기도 Android 기반이다. 연내로 1위 Nokia를 제외한 삼성전자, LG전자, Motorola, Sony Ericsson 모두 이미 Android 폰을 내놓았거나 출시 예정이다.

Nokia의 선택은?

Nokia는 기존 Symbian 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Linux 기반의 Maemo를 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마이너 OS인 Maemo의 생존전략으로 Intel과 손을 잡고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2009/06/24 - 인텔과 노키아의 협력 선언이 의미하는 것은

Intel은 Moblin이라는 모바일 OS를 밀고 있는 상황이다. Nokia만이 Android를 채택할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Symbian도 그렇고 Maemo도 희생양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Nokia는 화요일 Maemo 5 기반의 최초 스마트폰인 N900을 시장에 내놨다. 649 달러의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뭔가를 내놔야 하는 Nokia의 절박함이 그대로 나타난 제품이다. 이 제품이 성공한다면 당당히 새로운 스마트폰 OS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러기엔 쉽지않아 보인다.

Nokia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이런 Nokia의 노력은 단연 돗보인다. 휴대폰 제조사로서의 면모 뿐만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변화를 서두르고 있는 기업이다.

Ovi는 그래서 Nokia에게 중요하다. 그러나 Ovi의 성공여부도 Nokia의 스마트폰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Nokia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Symbian에서 Maemo로 넘어가더라도 Ovi를 중심으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위 Nokia는 일단 Maemo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위와 3위의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단 두 기업 모두 기존의 스마트폰 노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트렌드에 따라 그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Symbian, Windows Phone 등 협력을 통해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으며, Android로의 저변확대도 꾀하고 있다.


LG전자는 10일 화요일 자사 최초의 Android폰인 GW640을 시장에 소개했다. SNS를 특화시킨 Android폰으로 촛점을 맞춘 QWERTY 자판을 가진 스마트폰이다. (대부분의 Android폰은 QWERTY 자판을 가진 슬라이드폰 스타일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미 몇몇 Windows Phone 제품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한 편이다. 아직까지 LG전자 이미지와 스마트폰의 매칭에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측면도 있다. 반면 디자인과 실용성을 무기로 피처폰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분야에서 LG전자는 국내외를 망론하고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분기 북미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언제까지나 디자인과 가격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물량면에서 Nokia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삼성전자를 뽑고 있으며, Nokia와 반대로 시장 점유율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승하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올해 초에 Android폰을 선보였다. Galaxy(i700)를 비롯하여, 미주향으로 Sprint 모델의 Moment 라는 제품으로 선을 보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총 4종에 이르는 Android폰을 출시했고 국내향으로도 출시 준비중이다.

그간 베일에 쌓여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도 어제 실체가 일부 공개되었다. 묘하게 Nokia의 Maemo폰 N900이 판매되는 시점에서 나온 발표였다.


bada(바다)라는 플랫폼을 12월중에 선보인다는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Symbian도 Windows Phone도 가져가며, Android도 끌어안은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선언한 것이다.

기존 SHP(삼성전자의 휴대폰 플랫폼)를 발전시켜 완성한 것으로 알려지는 bada는 삼성전자의 향후 스마트폰전략을 엿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문제는 아직 정확하게 스펙이나 특징 등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Nokia의 Ovi 처럼 삼성전자 역시 Samsung Application Store를 연계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플랫폼에 비해 bada는 더 밀접하게 연계되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단말기-서비스' 연계전략은 제조사들의 유행인 'iPhone-App Store'의 Apple 전략과 아주 유사하게 닮아 있다.

삼성전자는 Windows Phone과 Symbian, Android, bada 등 휴대폰 제조사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여, 멀티플랫폼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공여부에 따라 플랫폼의 집중 비율을 조절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bada와 Android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 모바일 플랫폼 vs Android 플랫폼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의 화두는 스마트폰 플랫폼이다. 그 양상은 독자적인 플랫폼과 Android를 기반으로 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iPhone이 촉발시킨 스마트폰 바람은 BlackBerry OS를 제외하고 Apple의 iPhone OS, Palm의 webOS, Nokia의 Maemo, Intel의 Moblin, 삼성전자의 bada 등 독자적인 스마트폰 혹은 모바일 OS 개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이런 움직임과 달리 LG전자, Motorola, Sony Ericsson 등 3, 4, 5위 업체들은 Google의 Android 기반에서 자체 플랫폼 개발 방향으로 촛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Motorola와 Sony Ericsson은 Android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 2위의 독자 플랫폼들은 지금 당장은 영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며,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OS들은 특성상 물량면에서는 메이저 그룹과 비교가 어렵다. 물론 단일 모델로는 그 어떤 피처폰 물량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판매량은 높다. 또한 Android 폰들은 이제 시장에서 검증을 받고 있는 단계다.

스마트폰 OS는 새로운 기능의 휴대폰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모바일 라이프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음성위주의 이동통신 시장을 데이터서비스 위주로 바꾸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한동안 피처폰 시장에 비해 성장율은 높아지겠지만, 당장 피처폰 수요를 줄일만큼의 변화는 주지 못할 것이다. 다만, 북미와 유럽 등의 선진 시장 위주로 스마트폰 보급이 높아지는 것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피처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체 휴대폰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