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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집에서 대구지하철 2호선을 타고 반월당역까지 가서 다시 1호선을 갈아타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매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 상황이라 오랫만에 지하철을 이용했다. iPhone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집을 나섰고, 지하철역에서는 Twitter와 미투데이, 그리고 포털 뉴스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오랫만이어서 그런지 지하철안 승객들의 모습이 전과 좀 달라 보였다. 전에는 무가지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늘 지하철을 탔을 때는 휴대폰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직업과 관련이 있다보니 찬찬히 주변 사람들이 어떤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보았다. 옴니아2가 두 대 보였고, 대구에서는 보기 힘든 iPhone도 한대 목격했다. 이어폰 때문에 iPhone인 것을 알았다. 나머지 3~4 대는 피처폰인 것 같았다. 모두 플립형이었기 때문이다.

무가지 신문을 보는 사람은 있긴 했지만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것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과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만이 무가지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눈을 감고 짧은 잠을 자거나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느낀 변화는 무가지 보는 사람들이 줄었고, 휴대폰을 응시하거나 만지작 거리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의 상황은 대구와는 좀 달랐다. 휴대폰을 조작하거나 디지털 기기를 만지는 사람이 훨씬 많았으며, 양복차림의 직장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통해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사람도 많았다. 서울에서는 iPhone 사용자들을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이어마이크 기능의 번들 이어폰이 눈에 만이 띄었다.

또 하나 지하철 풍경이 바뀐 것은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nage) 장치였다. Digital View라는 이름의 검은색 장치들이 지하철 역사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일부는 설치를 위해 준비중이었다.

지하철역사마다 설치된 Digital View


대부분의 시민들은 세로로 긴 컴퓨터 화면과 왼쪽의 터치 디스플레이 조작 장치를 신기한듯 쳐다만 볼 뿐 만지질 않고 있었다.

교대역이었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이 능숙한 터치 솜씨로 Daum Map을 조작하고 있었다. 지도 이곳 저곳을 움직이며, Road View 장면을 감상하고 있었다. 옆에 지하철을 기다리던 노신사분이 말을 걸어 물었다. '그거 실제 사진입니까? 거 참 신기하네'하면서 조작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강남역에서 교보생명 사거리 사이에도 강남구청이 설치한 Digital Sinage 입간판들이 늘어서 있다. 지나가면서 몇 번 확인을 했는데, 이젠 사람들이 익숙해졌는지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대구와 서울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통으로 하나 분명한 것은, 밖에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전에 비해 많아졌으며, 젊은층과 직장인층에서는 스마트폰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기다리며, 또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작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즐기거나 영상을 즐기고, 또는 뉴스나 웹사이트 방문, 커뮤니티, SNS 서비스,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 문자 보내고 받기 등등 다양한 디지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iPhone을 꺼내든다고 신기해 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작년 12월만 해도 버스 승강장이나 지하철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iPhone이나 옴니아2를 가지고 조작하고 있으면 뭔가 싶어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젠 직접 그런 기기를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또한 서울처럼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공공을 위한 디지털 기기들의 등장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사람들과 나누고 편리한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중장년층들에게는 낯선 모습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지하철 안에서 모두들 자신의 손에 뭔가를 하나씩 쥐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있는 모습이 궁금한지, 3호선을 타고 올 때 앞자리 할아버지는 iPhone으로 음악을 들으며 웹서핑을 하는 나를 계속 응시했다. 신기하다는 표정보다는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많고, 정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정보를 찾고 전파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특히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디지털의 힘이 미치면서 우리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놀이를 대신해주는 영역에서 디지털 기기를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어른들에게는 아직 낯선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층이나 급격하게 정보습득 채널이 넓어지고 있는 청년층에게 불어닥치는 디지털의 전파속도는 편리함이라는 이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이 전화를 밖으로 나가게 만들어 음성통화를 공간으로부터 해방시켰다면,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으며,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고, 수집하고 기록하며 서로 나누는 기기로서 갇힌 정보를 해방시켰다.

지하철은 디지털로 물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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