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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7일 Microsoft는 10년간의 긴 공방 끝에 EU(유럽연합)에 Windows 운영체제에 브라우저 끼워팔기를 지적하는 반독점법에 대해 항복을 선언했다.

Microsoft가 자사 Windows 운영체제를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Internet Explorer(IE) 외에 다른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고 EU와 합의한 것이다.

EU는 Microsoft와 합의를 통해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된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Microsoft는 2010년 3월 1일부터 유럽연합 27개국과 노르웨이, 아이스란드, 리히텐슈타인에 판매된 Windows 운영체제에 브라우저 선택 화면(Ballot screen)을 제공하게 되었다.

3월 1일부터 이들 국가에 판매된 Windows 운영체제의 업데이트와 팝업알림을 통해 IE 외에 Firefox, Opera, Chrome, Safari 등 다양한 브라우저를 선택하여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웹통계 전문 서비스 Statcounter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3월 1일부터 브라우저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IE의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2월에 비해 영국은 1%, 이탈리아 1.3%, 프랑스는 2.5% 하락하는 등 IE의 하락세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작년말 조사한 세계 브라우저 시장은 IE가 56%, Firefox 3.2%, Opera 2% 등으로 조사되었다. 

Microsoft의 Brower Choice Site


EU국가의 Windows에서의 브라우저 선택권이 확대되자, IE와 반대로Firefox와 Opera의 다운로드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브라우저 선택은 Ballot Screen라는 형태로 12개 주요 브라우저를 나열해놓고 사용자가 원하는 브라우저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Microsoft가 제공하는 웹사이트에는 IE, Opera, Firefox, Chrome, Safari 등 주요 브라우저 외에 나머지 7개 브라우저에 대한 소개는 오른쪽으로 스크롤링 해야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나의 화면에 3줄 정도로 표시하면 전체를 한번에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IE의 성장 비결은 Microsoft의 Windows 운영체제에 끼워팔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운영체제에 자사가 개발한 브라우저만을 탑재하여 판매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브라우저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도 했다.

EU는 Microsoft의 브라우저와 미디어플레이어 등의 독점 문제를 오래전부터 계속 지적해 왔으며, 그때마다 Microsoft는 독점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결국 EU는 2004년엔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EU는 미디어플레이어에 이어 브라우저에 대한 독점법 위반도 지적했다. EU에는 Opera를 비롯하여 브라우저를 개발하는 여러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Microsoft에 브라우저 끼워팔기를 강하게 압박해 왔었다.

미디어플레이어 때처럼 벌금부과 형태로도 회유를 했지만 듣지 않다가 결국 오랜 권유 끝에 Windows 화면에 별도의 창을 띄워 브라우저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IE 독점만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많다. 특정 운영체제에 자사의 브라우저만 탑재되어 다양한 브라우저 개발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독점에 따른 표준재정의 어려움도 크다. 예전 경쟁브라우저와의 전쟁으로 IE만의 독자 스크립트나 태그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먼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만 보더라도 IE의 독점에 따른 폐해는 여러가지가 있다. MS의 전용 IE Plug-in인 ActiveX의 남용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Windows와 IE만을 위한 것이고, 인터넷뱅킹과 같은 중요한 금융서비스에 비표준을 적용함으로써 다른 브라우저의 사용을 막았다는 점 등은 심각한 문제다.

오로지 Windwos의 IE 환경에서만 인터넷뱅킹이 되고 쇼핑 결제가 이루어진다는 점은 심각한 독점이다. 결국 Windows 운영체제를 떠나서는 어떤 인터넷상의 금융행위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운영체제와 브라우저 선택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EU 지역에서의 브라우저 선택 결정권을 소비자에게 넘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Microsoft는 EU와 3개국을 제외하고는 Windows에서 브라우저 선택권 알림을 제공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의사도 없는 것 같다.

유럽지역은 표준을 지향하고 경쟁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꾸준히 IE의 브라우저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인터넷뱅킹을 중심으로 브라우저 지형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IE 점유율은 98% 수준이라고 한다. 글로벌 점유율 56%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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