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HP가 12억 달러를 들여 매입한 Palm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OS인 webOS에 대한 운명이 결정되었다. HP는 webOS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ple 출신의 Jon Rubinstein이 주도하여 개발한 코드명 Nova의 webOS는 2009년 1월 CES를 통해 치열한 모바일 OS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5개월 뒤 2010년 4월 Palm이 HP에 매각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되었다.

Apple iOS와 Google Android가 Nokia의 Symbian을 따돌리고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던 중요한 시기에 세상에 나온 webOS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PDA 제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Palm이 내놓은 모바일 OS는 iOS, Android OS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정받는 듯했다.

그러나 webOS를 탑재한 스마트폰 Palm Pre와 Pixi를 이어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Palm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개발자를 위한 에코시스템의 부재에 있었다. 이미 시장은 App(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전면에 내세운 iOS와 제조사에게 문을 활짝 연 Google의 Android 오픈소스화가 대세로 자리잡은 후였다.

webOS 발표 1년 뒤부터 시장에서는 Palm의 위기설이 떠올랐다. Palm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졌던 새로운 모바일 OS와 스마트폰 제품은 괜찮은 성능과 호평 속에서도 iPhone과 Android폰의 그늘 아래서 고전을 면치못했다.

결국 2010년 4월 28일 PC와 프린터, IT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HP가 Palm을 인수하게 되면서 webOS의 운명도 바뀌게 된다. 당시 HP는 점점 커지는 모바일 기기 시장에 대한 마땅한 대응이 없었던 상황에서 Palm과 webOS 인수를 진행했다.


HP의 판단은 간단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가진 Apple, Google과 삼성전자, LG전자, HTC, RIM, Motorola 등 모바일 단말기 선도 제조사들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으며, HP의 주력인 PC 시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PC시장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Dell, Lenovo, ASUS 등도 타블렛 개발에 열중했기 때문에 HP는 더욱 조급해진 상황이었다. HP는 치열해진 경쟁상황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webOS를 하나의 중요한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Pre와 Pixi 등 web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HP의 이름으로 바뀌어도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iPhone과 Android폰이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었다. webOS에 대한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에 대한 지원이 빈약한 결과였다.

그러나 타블렛 컴퓨터 시장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Windows 7 기반으로 만들던 HP Slate를 포기하고 대신 webOS를 탑재한 TouchPad를 2011년 7월 내놓았다. 하지만 어수선한 내부 사정과 치열한 경쟁 상황 하에서 이 제품 역시 좋은 반응은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파격적인 할인가로 재고처분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Palm 인수 후 HP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010년 8월 스캔들로 CEO Mark Hurd[각주:1]의 갑작스런 사임이 있었고, 9월에는 전직 SAP CEO였던 Leo Apotheker의 CEO 선임으로 HP의 전략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Leo Apotheker는 취임 1년이 다되어 가는 2011년 8월 HP의 청사진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두고 전략적 변화를 예고했다. 세계 1위 PC 사업을 분리 또는 매각하고, 스마트폰과 타블렛 시장을 접을 것이라는 것이 골자였다. 대신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기업용 솔루션 등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HP의 롤모델은 IBM이었다.

이런 Leo Apotheker의 움직임에 HP 내부적으로 큰 반발을 불러왔다. 결국 9월 22일 HP 이사회는 전격적으로 CEO를 경질하게 되었다. 전 eBay CEO였던 Meg Whitman을 CEO로 영입하고, Leo Apotheker가 주도하던 PC 사업 처리건을 비롯한 HP 전략 전반에 대한 재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신임 Meg Whitman은 10월말에 PC 사업부(PSG)는 매각하거나 분리할 계획이 없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webOS에 대한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결국 12월 9일 webOS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HP는 Palm인수로 인해 소원해진 Microsoft와의 관계도 회복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다. PC 사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Microsoft와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걸림돌로 생각될 수 있는 webOS에 대한 입장정리도 필요했던 것이다.

HP는 webOS를 기반으로 하는 타블렛 개발 계획은 접었으며, 대신 Microsoft의 Windows 8을 기반으로 하는 타블렛 컴퓨터 개발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ebOS로 인해 중단되었던 Windows 기반의 Slate[각주:2]의 부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webOS의 오픈소스화 계획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장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Android라는 오픈소스 모바일 플랫폼의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Android OS는 iOS나 BlackBerry OS, Symbian 등 독자적인 플랫폼을 넘어 독보적인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Google 역시 Android로 인해 큰 혜택을 보고 있다.

비싼 값에 사들인 webOS를 매각하려고 해도 이를 인수할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마땅하지 않다. 한때 Amazon이나 Dell, Lenovo, HTC, 삼성전자 등이 거론되었으나 이들에게도 webOS는 인수 비용 대비 효과가 의문시 되었기 때문이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오픈소스화시켜 주도권은 HP가 가지면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안 플랫폼을 생각하는 제조사들에게 어필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당장 Android 외에 대안을 생각하는 제조사들에게 webOS의 오픈소스화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는 Android OS외에도 Microsoft의 Windows Phone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Nokia가 우선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Android에 의존하는 몇몇 제조사들은 대안으로서 webO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 삼성전자는 이미 Android 기반 모바일 기기의 글로벌 대표 제조사로 올라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webOS에 대한 관심 적을 것 같다. 또 자체 모바일 플랫폼인 Bada도 가지고 있으며, Windows Phone에도 일부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webOS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언제든 전략적 판단이 선다면 수용할 여력은 있는 기업이다.

반면 누구보다 가장 절실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기업은 LG전자다. webOS 매각설이 대두될 때마나 거론되던 기업이 바로 LG전자다. LG전자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삼성전자처럼 멀티플랫폼 전략을 펼치지만 뒷심이 부족한 기업이며,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보강이 절실히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webOS의 오픈소스화는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ZTE와 Huwei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와 중국의 중소 제조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상실한 Android 플랫폼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의 큰 소비시장을 기반으로 webOS를 급성장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HP는 webOS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의 선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로부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따르고 있다. 매각 또는 유지를 통한 제품 생산 어느 쪽도 HP에게는 부담이 될 상황이었는데, 오픈소스로의 전환은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발표에 따른 시장반응은 미지근했지만 HP의 추가 행보와 제조사들의 반응에 따라 webOS의 오픈소스화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1. 이 사건을 계기로 Mark Hurd는 Oracle CEO로 옮겨가게 된다. [본문으로]
  2.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Windows 7을 탑재한 타블렛 컴퓨터 이름을 'Slate PC'로 정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본문으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