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오세아니아(Oceania)라는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에서 독재 체제를 극대화하고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Big Brother - 영화 1984의 한 장면

독재를 위한 당(The Party)은 Big Brother(빅 브라더)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숭배를 강요한다. Big Brother는 절대적인 인물이며 당은 허구의 그를 내세워 시민들을 통제하려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이다.

비록 소설이지만 1984는 인간의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만 거대 권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대에 실제 비슷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영국은 CCTV 천국이다. 지난 2009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CCTV 개수는 420만 개로 국민 14명당 1개 꼴로 영국 전역에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산국가인 중국의 275만 개보다 훨씬 많은 CCTV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영국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CCTV가 아닌 영국인들의 모든 디지털 통신을 감시하고자 하는 계획이 또 다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4월 1일자[각주:1] The Sunday Times는 영국 내무부(Home Office)가 2008년 국민들의 저항으로 무산된 바 있는 대용량 디지털 통신(휴대폰, 이메일) 관리 데이터베이스(Massive Government Database) 구축 프로젝트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가 준비하던 이 계획은 당시 통신사가 12개월간의 전화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저장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를 인터넷으로 확대하여 이메일, VoIP에 대한 기록까지 모두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이러한 정보를 서비스 제공 주체인 통신사, ISP가 아닌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다시 재점화될 상황에 놓였다고 영국 ISP 협회 관계자가 밝혔다. 영국 내무부가 이들 협회와 수주 전부터 감시 계획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고 하는데, 내무부 역시 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감시 프로그램은 통신의 내용은 절대 감시하지 않는다며,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통해 통신했는지를 기록할 것이라고만 주장해서 사실상 감시 프로그램 운용 계획이 있음을 시인했다.

또한 이 계획은 시민을 보호하고 공공을 위해 범죄와 테러 등의 예방 목적으로 경찰과 국가 안보 서비스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 정보가 악용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기타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테러 방지와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기 힘들다는 배경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미 영국 당국은 휴대전화를 포함하여,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정보 등 다양한 포맷의 데이터까지 모두 저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방법과 기술 등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처리하거나 조사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공안 당국이 요구하는 것 대부분이 통신에 대한 정보들이다. 용의자들의 모든 통신 방법을 추적하는 것이 빠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안 당국은 이러한 정보를 통신사와 ISP들로부터 협조를 받고 있지만, 이젠 이 모든 데이터들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영국 내무부의 계획에 대해 보수당 의원 David Davis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것은 테러나 범죄에 촛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감시에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의도가 불순하다는 뜻이다.

비용 또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영국 내의 모든 인터넷 트래픽을 감시하려면 시스템의 구축 역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나 ISP들로부터 충당해야 하는데, 결국 요금 인상의 방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저항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2008년 영국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되었던 대용량 디지털 통신 데이터베이스 관리 법안이 또 다시 입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마치 1984의 오세아니아 같은 사회를 연상하게 만든다. 통제 당하는 영국 국민들 뒤에 영국 정부는 Big Brother로 군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거의 모든 통신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현재 국가 권력이 나서서 개인의 사적인 데이터까지 감시하고 보관한다면, 과연 이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테러와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 크게 상처받고 있는 인권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1984년의 악령은 2012년에도 소설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1. 마치 만우절 농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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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tbab 2012.04.03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2009년 자료이니 아마 지금은 훨씬 더 많을거 같네요. 한국이 작년 말 300만개 추산이니 국민 16당 1개 꼴 ... 외출하면 9초에 한번 찍힌다니 -0-

  2. Favicon of https://blog.danggun.net BlogIcon 당근천국 2012.04.04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면서도 CCTV로 인한 범죄율 감소는 미미하다는 자료가 나와서 말이 많았죠;;
    (초반에는 효과가 있다가 다시 예전수준으로 갔다고 했던걸로 아는데...)

    사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범죄와 연루됬을때를 대비하여 정보를 남기고 있다는걸 생각해보면 남은건 국가가 관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인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
    어쩌면 "인터넷은 익명이다"라는 무지에서 나온 것일지도?
    아니면 단순이 효율성 문제라던가-_-;
    효율성의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자유를 통제할수 있는 수단인 개인의 활동정보를 국가가 관리한다는게 앞뒤가 맞는건지라는 의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