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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약정을 기반으로 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은 스마트폰 등장 이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높은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월별 부담액을 늘여 이동통신 서비스를 받기 위한 조건으로서 약정(Contract-Based) 요금제는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단말기와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비싼 단말기 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하지 않고서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약정 요금제를 선호했고, 현재는 가장 보편화된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T-Mobile U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약정가입 이용자가 처음으로 줄었다고 한다. 약정기반의 소비자는 통신사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고객인데, 계속 성장하기만 하던 약정 가입자의 감소는 통신사에게는 경고의 신호나 다름없다.

 

현재 미국은 7개의 주요 이동통신사가 전체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AT&T, Verizon Wireless, Sprint Nextel, T-Mobile USA 등의 주요 4사를 중심으로 Metro PCS 등 몇 개의 중소 통신사가 미국 통신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 주요 통신사들의 약정기반 단말기는 약 2억 2천만 대로 전체 단말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에 통신사 합계 약 5만 2천 약정 가입자의 이탈이 있었다. 이러한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은 통신시장 포화에 있다. 신규 가입자 증가 요인이 줄고, 통신비 지출에 대한 부담 등으로 약정 가입자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약정 가입자는 통신사에게 상당히 중요한 존재다. 가입자당매출(ARPU)이 일반 가입자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AT&T의 경우 약정 가입자의 월평균 매출은 64.46 달러인 반면, 일반 고객은 11.52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단말기 보조금과 이용요금 보조금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래도 통신사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약정기반 고객의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통신사에 심각한 고민을 던져주게 되었다. 신규 가입자의 포화에 따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심화되는 경쟁에 마냥 대책없이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나름대로의 성장 포인트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AT&T는 무선을 기반으로 하는 홈 시큐리티와 오토메이션 부문에 투자를 시작했고, 무선 데이터 가족 요금제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Verizon Wireless 역시 올 여름부터 데이터 가족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가족 요금제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등 모바일 기기들의 모바일 데이터 이용을 가족 단위로 공동 합산하여 나눠쓸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또한 이른바 사물통신이라 불리는 M2M(Machine to Machine)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계속 늘이고 있다. 비록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일반적인 데이터 요금제보다는 가입자당 매출이 낮지만 신규 수요가 많고, 꾸준한 매출이 예상되기 때문에 M2M 기반의 데이터 전용 서비스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Iced tea at Georgia's
Iced tea at Georgia's by Ed Yourdon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약정기반의 고객 감소세는 신규유입이 줄고 기존 약정 고객의 기간 만료에 따른 전환 가입자, 선불제 요금 가입자의 증가 등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 약정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느낀 가계 통신비 지출 증가에 대한 우려 심리도 더해졌다.

 

새로운 단말기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4G 이동통신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서비스 욕구를 자극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좀 더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전통적인 이동통신 시장의 핵심 상품이었던 음성통화 시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단문문자서비스(SMS) 위주의 한정적인 서비스에 머물렀던 데이터 서비스가 스마트폰의 활성화에 따라 크게 성장했지만, 고가의 단말기 가격과 2년 혹은 30개월의 긴 약정 상품들은 소비자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비단 미국 통신사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국내 통신사들 역시 시장의 요금인하 압박과 음성통화 매출 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데이터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음성시장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높은 단말기 가격은 보조금에 대한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통신사들이 융합, 탈(脫)통신을 주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이상 기존의 방식대로 통신사업을 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던 약정기반의 비즈니스가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것도 통신사의 혁신과 변화가 요구되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분기는 통신시장에 있어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시기다. 따라서 약정가입자의 감소는 일시적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성장하던 약정가입 시장의 정체 혹은 감소는 분명 통신사에게는 위기로 인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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