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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의 SoftBank가 미국 3위 통신사인 Sprint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201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2조 3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다. 이 금액으로 현재 Sprint 주식의 70%를 획득하여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들인 사례 중 인수자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201억 달러 중 121억 달러는 현재 발행한 주식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80억 달러를 이용하여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로 하여 70% 주식을 소유하는 형태다. 기존 주식은 주당 7.30 달러, 신주는 5.25 달러로 산정한 것이다. 인수 기자회견에서 밝힌 자료에는 지주회사 형태의 새로운 기업이 현재 Sprint를 지배하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인수완료는 2013년 중순으로 내다봤다.

 

이번 Spint 인수로 가입자수는 일본 SoftBank Mobile 3,500만, EMOBILE(eAccess) 430만과 미국 Sprint 5,600만을 합하면 모두 9,530만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 기업을 합쳐서 본다면 Verizon과 AT&T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를 가지게 된다.

 

NTT Docomo의 6,100만 가입자를 넘겨 일본에서는 1위 사업자가 된다. 미국에서도 3,300만 가입자를 가진 4위 T-Mobile과의 격차도 6천만 가입자 이상 벌어지게 되어 5위 MetroPCS와의 합병이 이루어지더라도 3위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가입자수뿐만 아니라 매출 규모면으로도 두 회사의 합병으로 세계 3위 통신사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중국 China Mobile이 1위, 2위는 Verizon이며 그 뒤를 이어 SoftBank가 3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AT&T와 영국 Vodafon을 앞지르게 된다. 이는 올해 상반기 매출을 근거로 한 것인데, 매출 기준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3위 업체가 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SoftBank의 Sprint 인수는 왜 추진하게 되었을까? 양사의 상황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의문은 생길 수 밖에 없다. 많은 빚을 가지고 있는 SoftBank가 역시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 미국 통신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일본과 미국의 통신시장 상황을 알게되면 보다 이해가 쉽다. 우선 Sprint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당장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210억 달러의 부채도 부담이 되고, 최근 4위 T-Mobile이 5위 MetroPCS를 인수하여 3위 자리를 노리는 것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금이 필요한 시기다.

 

또한 Sprint는 자회사 Clearwire를 통해 4G 경쟁에서 WiMAX를 지원해 왔다. Verizon과 AT&T가 LTE에 총력을 쏟는 사이 먼저 WiMAX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시장의 반응이 너무 느린 것은 큰 부담이었고, 4G 경쟁에서 LTE에 밀리면서 위기가 빠르게 찾아왔다.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은 4G 표준으로 WiMAX가 아닌 LTE쪽으로 빠르게 결정하면서 Sprint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일본 SoftBank도 고민은 있다. Vodafon Japan(Japan Telecom)을 인수하여 통신사업을 시작했고, iPhone을 통해 일본 3위 이동통신사의 자리에 올랐지만 더이상의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점이 있다. 일본 시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비교적 더디게 성장하고 있어서 일본 자체의 이동통신 시장을 통한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정의 회장이 일본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그는 특히 미국 통신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통신시장에 큰 흥미를 보이며, 진출 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Sprint의 어려움은 곧 손정의 회장에게는 기회로 비쳐진 것이다.

 

1억 4천만 가입자의 일본에 비해 미국은 3억 5천만 가입자를 가진 시장으로 미국이 일본에 비해 더 큰 시장이고, 스마트폰 액티브 유저도 일본의 2천만에 비해 미국은 1억 7천만으로 9배 가까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비쳐졌다. 다만 가입자당 매출(ARPU)은 일본이 55.5 달러로 미국의 57.1 달러와 비슷하다는 점은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느린 네트워크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SoftBank에 기회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평균 2.0Mbps인 일본에 비해 미국은 1.1Mbps로 절반의 속도로 제공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Yahoo BB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사업도 성공적으로 벌이고 있는 SoftBank 입장에서는 미국의 상황이 기회로 보여지는 것이다. LTE를 통한 무선에서도 초고속에 대한 기조를 사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Verizon Wireless와 AT&T가 미국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도 SoftBank로서는 중요한 기회로 봤다. 새로운 Sprint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보인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통신 시장 경쟁은 2개사 보다 3개사 경쟁이 일반적이고 다양한 통신사의 존재는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미국 FCC가 AT&T의 T-Mobile 인수를 반대한 것 역시 이러한 통신사의 다양성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이번 SoftBank의 Sprint 인수는 그런 측면에서 FCC의 승인을 받기에 좋은 조건이다.

 

손정의 회장은 그간의 통신사 인수(Vodafone Japan, Willcom) 와 이들의 턴어라운드 비즈니스로부터 얻는 자신감이 이번 Sprint 인수의 결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희망이 섞여있다.

 

손정의 회장을 풍운아라고 부르는 것은 이번과 같은 굵직한 승부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 왔고, 실제 대부분 성공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장이 우려 속에서도 기대를 하는 부분은 바로 그가 가진 미래전략이다. Yahoo Japan도 그랬고, Alibaba Group에 대한 투자도 그랬으며, Vodafone Japan을 인수하여 iPhone으로 일본의 스마트폰 바람을 불러일으킨 점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엔 일본이 아닌 미국 시장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우려는 나타내는 시각이 더 많다. 일본보다 앞선 통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 과연 일본 통신사가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이미 Verizon과 AT&T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틈새를 만들고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시장에 뛰어들 명분이 분명하다고 밝혔지만 그에 따르는 자금과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안개속이기 때문이다. SoftBank의 Sprint 인수로 일본내 SoftBank의 주가가 폭락한 것도 이런 시장의 우려를 그대로 표시한 것이다.

 

세간의 관심은 그가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턴어라운드의 기적이 이번 인수에도 발휘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 참고 : SoftBank의 Sprint 인수 관련 프리젠테이션 자료

SBSprint_2012101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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