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 교토, 오사카 3박 4일 (2) 교토 첫째날

생애 두번째 일본 방문이었다. 첫번째는 10년 전 도쿄방문이었으며, 이번엔 일본의 서남쪽 중심도시 교토와 오사카 방문이다. 도쿄는 비즈니스 여행이었지만, 이번엔 우리가족 모두가 가는 첫 해외여행지로 교토와 오사카를 방문했다.

 

(먼저 읽으면 도움되는 포스팅)

2018/07/29 - [일본 여행기] 교토, 오사카 3박 4일 (1) 여행준비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 숙소까지

 

 

인천공항에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는 2시간이 되지 않는 짧은 비행이었다. 실제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였던 것 같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와 교토는 상당한 거리에 있다.

 

공항에서 오사카 북쪽 우메다(오사카역)까지 약 51km, 교토역까지는 96km 정도(서울-천안간 거리) 떨어져있다. Peach항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행기는 1터미널로 내리게 되는데, 입국심사를 위해 게이트에 내리면 바로 타는 트램에서부터 반가운 표시를 만나게 된다. 동북아시아 주요 공항답게 영어,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 표기를 보게 된다.

 

 

오사카와 교토 어디를 가더라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안내에 한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주요 노선에 한글 표기가 있으며, 간사이 국제공항 홈페이지도 한글페이지가 있고, 지하철 발권기에도 한국어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들이 많다.

 

1층 대합실

JR 승강장 입구

간사이 공항역

 

비행기안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때 반드시 숙소(호텔) 주소와 함께 전화번호를 적어야 한다. 입국심사대 직전에 직원들이 이를 체크하고 도와줄 것이다. 간혹 여행 중 머무는 곳의 전화번호가 없는 입국자들에 대해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한다는 얘기가 있다.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으면 공항 1층 대합실로 나오게 된다. 버스나 택시를 타려면 안내판을 보고 따라가면 되고, 우리처럼 Haruka 특급열차를 탈 여행객들은 공항철도역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안내(T2방향)를 따라 가면 사진처럼 JR 승강장 입구를 만나게 된다. JR은 파란색이어서 찾기는 쉽다. JR맞은편은 붉은색으로 난카이선 열차를 타는 곳이다.

 

이미 한국에서 준비한 Haruka 티켓을 Gate B 아래 입구 개찰구에 넣고, 다시 가지고 아래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티켓은열차안에서도 검표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4번과 5번 승강장이 있는데, Haruka는 4번 승강장이며, 자유석은 4, 5, 6번칸이다. 이미 줄이 서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저렴한 자유석을 타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Non-Reserved(자유석)칸을 타야 한다.

 

간사이 공항 출발 하루카 시간표

 

교토까지는 한시간에 2편씩 있다. 낮시간대에는 14분, 44분 출발로 생각하고 있으면 된다. 교토가는 Haruka는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10시 16분까지 거의 30분 간격으로 하루 30편이 편성되어 있다.

 

 

우리가족이 방문한 7월 22일 일요일은 여행객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 여행객들이 많았는데, 3칸의 자유석 절반은 중국인들 같았다.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여행객들이 한국인들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한국어가 들렸을 정도니까.

 

열차가 출발하자 바로 왼쪽으로 바다가 보였고, 나즈막한 주택들이 철로변으로 보였다. 날씨가 화창하다못해 찜통이었지만, 하늘과 공기만큼은 탄성이 나올만큼 좋았다. Haruka는 오사카 남부인 텐노지, 오사카 북부인 신오사카역에 정차한 후 최종 목적지인 교토역에 약 1시간 15분이 걸려 도착하게 된다.

 

텐노지까지 약 40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은데, 많은 승객들이 내리면서 자유석이 중간 중간 비어서 우리가족들도 두명씩 나눠서 자리에 앉았다. 그 다음역이 신오사카역으로 고베지역으로 열차를 갈아타려면 이곳에 내려야 한다.

 

열차안에 비치된 교토 주요 관광지 가는 방법 안내(지하철과 버스)

 

오사카를 지나 20여분 정도 달려가니 목적지인 교토역이 나타났다. 교토역 Haruka에서 내리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무리를 만나게 된다. 교토역은 무려 14개의 노선이 지나가는 중심역이다. 멀리 도쿄와 가까이는 나고야, 고베까지 가는 신칸센이 지나기도 해서 관광객과 일본 철도승객들이 뒤섞여 있다.

 

오늘날의 교토역은 21년전인 1997년 헤이안 천도 1200년을 기념하여 지어진 15층 규모의 대규모 역사로, 교토의 랜드마크이다. 굳이 그 앞에 있는 교토타워에 올라가지 않아도 무료 전망대인 스카이 가든에 올라가면 교토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 사실을 여행 돌아온 후 알았다. 다음 방문 때에는 꼭 스카이 가든에 가볼 생각이다.

 

교토역 남쪽에서 교토역을 본 모습

 

대합실로 나오면 북쪽이 교토타워 방향이며, 우리가 머물 케이한 교토 그란데 호텔이 있는 방향은 남쪽(Avanti 백화점, Asty Road 방향)이다. 처음은 나가는 방향을 몰라 헤맸다. 참고로, Avanti(아반티) 백화점 2층에 돈키호테가 있다. 돈키호테는 일본방문 필수 방문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우리도 예외없이 여기서 물건을 샀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각 도착한 우리가족은 호텔 체크인 전에 Asty Road(아스티 로드)에 있는 Sushie no Musashi(스시노무사시, 교토역 하치죠점)라는 회전초밥 프랜차이즈로 향했다. 7개 정도의 식당이 있는 Asty Road에 우리가족의 입맛에 가장 무난할 것 같은 식당이었는데,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저렴한 초밥집이었다.

 

한접시에 부가세 별도 금액인 146엔과 346엔짜리 초밥들이 회전되고 있는 가게인데, 자리가 없어 대기해야 할 정도로 손님은 많은 곳이다. 우리가족은 점심 때를 살짝 지난 시간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그릇을 비웠는데, 계산할 때 보니 약 5,500엔 정도의 초밥을 먹은 것으로 나왔다. 일본에서 첫 식사는 이렇게 해결했다. 국물은 미소장국이 아닌 녹차였다.

 

케이한 교토 그란데 호텔

호텔 케이한 교토 그란데는 교토역 근처에 있는 3성급 호텔이다. 우리가족은 3명의 성인과 청소년 1명이어서, 4베드를 예약했고, 2개의 침대가 있는 커넥티드룸으로 배정받았다. 3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체크인은 가능했다.

 

호텔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조용한 편인데, 로비는 생각보다 작다. 건물은 Avanti 백화점과 이어져 있으며, 지하로 교토역과 이어져 있어서 교통여건은 아주 좋은 곳이다. 조식도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수하물이 많은 여행객이라면 교토역에 바로 인접한 호텔이어서 추천한다. 체크아웃 하는 당일도 수하물을 맡기고 시내여행을 하고 오사카로 넘어가거나 공항으로 가도 좋은 위치다. 다만, 주요 관광지로 갈 수 있는 버스 승강장은 교토역 북쪽에 있어서 조금 걸어야 한다.

 

 

교토 여행 시작

 

교토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와 비슷하다. 1천년 넘게 한 나라의 수도였던 곳이어서 도시전체가 문화재이며, 볼거리도 많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단골 수학여행지가 경주이듯, 일본 학생들의 필수 수학여행지도 교토다.

 

특히 200여개가 넘는 수많은 사찰이 있다. 중국, 우리나라처럼 불교의 문화가 뿌리깊게 남은 나라가 일본이며, 특히 우리 삼국시대 때 일본으로 넘어온 우리의 조상들이 영향을 미친 문화재가 교토에 많이 남아있다. 이른바 '도래인'들에 의한 문화전수가 있었던 지역이다.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리즈엔 일본 답사 4편이 있는데, 3, 4편이 교토에 대한 이야기다. 3편이 아스카와 나라를 소개하는데, 오사카와 그 인접 지역이며, 3, 4편에 교토를 다뤘을 정도로 일본역사를 이해하는데 교토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조금 이른 시간에 호텔에 체크인한 우리가족은 이곳 교토의 사찰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을 알고 최소한 한 곳이라도 빠르게 둘러보기로 했다. 보통 오후4시 30분에서 5시까지 입장객을 받지 않는 것이 보통이어서, 서둘렀다.

 

교토원데이 버스 패스는 다음날 사용하기로 했기에 교토역에서 ICOCA카드를 발급 받아 버스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ICOCA 카드 발급, 충전 가능한 기기

 

교토역 지하로 가면 다양한 티켓 발권기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ICOCA 발권 충전이 가능하다는 기계들이 있다. 모든 기계가 ICOCA 발권이 가능하지는 않으니 주의. 위 사진에 보면 핑크색 설명이 있는 기계가 ICOCA 발권 충전이 가능한 기기다.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면 모든 설명이 한글로 나오니, 발권을 받는데 전혀 문제없다. 2,000엔이 기본 발권요건이므로 1,500엔이 충전된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버스, 지하철, JR 모두 사용가능하며, 오사카는 물론 도쿄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교토를 가면 꼭 가보라는 곳 필수 관광지가 몇 개 있다. 기요미즈데라라 불리는 청수사(淸水寺), 기온거리, 킨카쿠지(금각사, 金閣寺, 로쿠온지), 아라시야마(람산, 嵐山), 후시미이나리 신사(복견도하, 伏見稲荷)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긴카쿠지(은각사, 지쇼지), 헤이안 신궁, 니조성, 텐류지, 토푸쿠지 등도 추천한다.

 

 

우리는 우선 교토역에서 멀지 않은 기요미즈데라부터 가기로 했다. 여기는 오후 5시면 입장이 불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갔다.(실제는 6시 30분 폐쇄) 가는 방법은 Google Map을 통해 찾아봤다. 한글로 목적지 '기요미즈데라'를 입력하면 걸어서 가는 방법,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방법, 자동차로 가는 방법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앱과 다를 바 없이 길안내를 해준다.

 

교토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린다!

 

오이시바시 정거장으로 걸어가서 207번을 타고 7정거장을 지난 고조자카 정거장에 내려서 걸어 올라가면 된다. 7월 22일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초유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라 조금이라도 걷는 일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토의 버스는 쾌적하고 안내도 잘 되어 있어서 현재 위치와 다음 정거장, 그리고 목적지를 쉽게 알 수 있게 안내가 된다. 뒷문으로 승차하고 앞문으로 내릴 때 요금을 내게 되는데, 현금은 230엔이고 ICOCA카드는 우리나라처럼 기계에 터치만 하면 된다. 시내버스는 일률적으로 탑승 후 어디를 내리든 230엔이라 부담스럽긴 하다. ICOCA카드는 할인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요금 결재의 편의성만 있는 카드라 보면 된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

 

홈페이지 : http://www.kiyomizudera.or.jp (영)

 

우리가 경주에 처음 여행을 갔다면, 어디를 꼭 다녀오라고 하겠는가? 아마도 불국사를 이야기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교토에 갔다면 빼먹지 말고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 기요미즈데라, 청수사다. 청수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기요미즈데라는 산아래 있어서 걷는데 경사가 좀 있다. 평지를 걸어도 땀이 물흐르듯 내리는데, 짧은 거리였지만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땀범벅이 되었다. 중간에 생수를 사긴 했으나, 입구 도착할 즈음 한병을 거의 다 마실 정도로 갈증이 심했다.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걷는 거리는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곳이다.

 

 

입구에 오늘 입장마감은 6시 30분이라 되어 있다. 생각보다 늦게 닫는 것 같다. 안내서 등에서 보면 빠르면 4시 30분, 5시쯤 닫을 수 있으니 일찍 가는 것이 좋다는 정보들이 있었지만, 휴가철이고 낮이 길어서인지 폐문 시간이 좀 늘어난 것 같다.

 

기요미즈데라 입구에 입장료는 따로 없으나, 본당으로 들어가려면 400엔(아동 200엔)을 내야한다. 그런데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본당은 현재 공사중이어서 관광지 안내도에 있는 멋진 풍광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기요미즈데라 3층탑

 

본당은 건물과 그 내부의 무대 때문에 유명한데, 무대에서 교토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훌륭한 전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족은 본당 공사를 위해 가림막을 해놓은 것을 보고 유료입장하는 것을 포기했다. 다음번에 들르는 것으로...

 

중간 가림막이 쳐져 있는 건물이 본당

 

기요미즈(淸水)라 부르는 것은 산언덕에서 이곳 사찰로 맑은 물이 흐르는 것에 이름을 딴 것인데, 본당 아래 오토와 폭포라고 세줄기의 물이 흘러내리는 시설이 있다. 지혜, 연애,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받아 마신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그냥 후세 사람들이 만들어낸 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인왕문에서 교토시내를 바라본 모습

 

우리나라 사찰처럼 제일 먼저 만나는 문은 인왕문이다. 천왕문으로 사천왕이 잡귀가 사찰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문이다. 이곳 앞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촬영을 많이 한다.

 

기요미즈데라 입구 인왕문 앞

 

기요미즈데라는 일본의 헤이안 시대인 778년 세워진 사찰로 지금의 모습은 1633년 재건된 것이다. 그 전의 건물들은 전란으로 불타고 짓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본당에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어진 건물이어서 유명하기도 하다.

 

본당 지붕 구조를 보여주는 샘플

 

본당 지붕은 노송나무 껍질을 이어 만든 히와다부키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일본 건축물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사찰 입구에 사진처럼 샘플을 만들어 안내하고 있다. 지붕의 곡선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와처럼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자주 개보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금 본당 수리의 핵심도 이 히와다부키 지붕 공사다. 교토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히와다부키 지붕을 종종 볼 수 있다.

 

본당으로 가더라도 볼 수 없는 비불(秘佛)이 있는데 천수관음 입상이다. 42개의 손과 11개의 표정을 가진 관음상은 33년마다 한번씩 공개한다고 하니... 그 모습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본당 무대를 받치는 기둥들 (출처:기요미즈데라 홈페이지)

 

본당 중앙의 회무태(桧舞台, 히노키부타이=무대)는 교토시내를 관망할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13m(약 4층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85% 정도의 생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데, 일본인들 사이에 죽을 각오로 뭔가를 한다는 뜻으로 '기요미즈의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라는 표현을 쓴다.

 

이 무대는 원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반대편 산쪽으로(교토시내 방향을 등지고) 봉안된 천수관음을 위한 장소다. 각종 제사는 물론 가부키, 연극, 아악 등 춤, 공연이 이뤄지던 곳이다.

 

 

사찰앞으로 펼쳐진 거리도 유명한데, 바로 앞 오른쪽 도로로 난 상가거리가 산넨자카(三이며, 조금 내려가다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상가가 펼쳐지는데, 거기는 니넨자카(二寧坂) 이다. 참고로, 자카(坂)는 비탈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인사동 정도가 되겠지만, 지금의 인사동이 아니라, 고서적, 화랑, 표구점이 장사를 하던 예전의 인사동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역시 기념품점, 찻집, 음식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건물들이 전통 상가의 모습으로 남아있어 교토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명물거리다.

 

여우탈, 도깨비탈, 인형 액세서리

 

특히 이곳에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입은 방문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남자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도 가끔씩 보였지만, 날씨탓에 유카타를 입은 남자들도 있었다. 기모노와 함께 신발은 게타를 신어서 바닥에 닿을 때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생경하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골목길엔 인력거도 보이는데, 안그래도 더운 날씨에 인력거꾼이 힘들어 보여 애처롭게 느껴졌다.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30분 가량에 평균 5천엔 수준이니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지 않는 이상 오래 타기에는 부담스럽다. 반대로 말하면 인력거꾼은 힘들지만 고수익을 내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기온거리 근처 골목길

 

원래는 니넨자카에서 기온거리를 찾아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허락치 않아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이동했다. 케이한 본선을 타면 4정거장만 가면 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기온시조역으로 걸어갔다.

 

기요미즈데라, 산넨자카, 니넨자카를 지나다 보면 사람들의 동선이 이어지는 곳으로 따라가면 아마도 거기가 기온거리일 것이다. 게이셔의 거리로 많이 알려진 그곳은 옛날 풍의 교토 건물들과 각종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이라고 한다.

 

여우신사 후시미이나리 신사(여우신사)

 

홈페이지 : http://inari.jp/ko/ (한/영)

 

교토의 다른 사찰 관광지와 달리 이곳은 신사 외에는 출입제한을 두지 않기에 이미 6시를 넘겼지만 찾아가 보았다. 역시나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고, 신사 입구 노점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짧은 도로엔 먹을거리가 엄청 많다.

 

후시미이나리는 철도역이 두 군데다. 케이한선과 JR이 각각 지나는데, 케이한선 역이름은 후시미이나리역, JR역은 이나리역이다. 둘 다 가까워 바로 보인다. 역명은 이용자들이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달리한 것이다.  기요미즈데라쪽에서 오면 후시미이나리역에서 내려서 걸으면 금방이다. 나중에 교토역으로 가려면 이나리역에서 타면 된다.

 

후시미이나리에서 이나리(稲荷, 도하)는 한자어 그대로 해석하면 '벼를 메다'라는 뜻이지만, 일본에서는 곡식의 신이다. 일본에 있는 이나리 신사는 약 3만개가 되는데, 이들 이나리 신사의 총본산이 바로 후시미 이나리 신사로, 신사들의 신사라 하여 대사(大寺, 타이샤)라고 부른다.

 

 

5세기 신라에서 도래한 하타씨의 후손이 세운 신사라고 하는데, 이나리 오카미의 사자가 여우여서 이곳에는 여우가 신사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여우신사로 부르기도 하며, 이곳의 상징은 여우가 되어, 그 앞 상점에서는 여우탈을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나리신은 농업과 곡식의 풍요를 상징하는 신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상업으로 이어져 사업번창, 안전, 목표성취 등과 같은 운수를 이룰 수 있는 신으로 확대되며 일본전역에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출발은 바로 이곳 후시미이나리 신사인 것이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1만개에 달하는 도리이로도 유명하다. 이 배경으로 촬영된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로도 유명해진 신사다. 실제 이곳에는 개인 각자의 기도와 감사의 염원을 신사로 향하는 참배길에 세워졌다.

 

이처럼 주홍색 도리이는 사람들의 바람을 신에게 요청하기 위해 바치는 상징으로 이나리신사를 채우고 있는데, 이나리산 신사까지 장장 4km에 이르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센본토리이(천개의 도리이)라고 부르는데, 관광객 다수는 전체 루트를 돌지 못하고 포기한다. 이유는 사람들이 많아서이거나, 힘들어서이거나...

 

주황생 도리이 정면(신사방향)에는 도리이를 기부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 등이 적혀 있는데, 주로 사업가나 가정의 행복이나 재물이 불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봉납한 것이라 한다. 올라가는 방향에서는 이런 글이 보이지 않아 모를 수 있다. 살짝 뒤를 돌아 도리이를 보라.

 

우리가족은 도착 첫날이었고, 많이 걸어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석등 위 오모카루 돌까지는 가고 싶었으나... 가족들의 극렬한 반대로 도리이가 2열로 나눠지는 지점에서 돌아나왔다.

 

교토역 숙소로는 JR 나라선을 타니 금방이었다. 요금도 140엔으로 저렴했는데, ICOCA카드로 결재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오사카를 거쳐, 반나절 교토 관광을 한 우리가족은 교토역 Asty Road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Avanti 백화점 2층 돈키호테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호텔로 귀환했다.

 

여행 첫 날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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