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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지난 7월 교토여행의 빠진 부분을 메꾸는 여행이었다. 당시엔 도게츠교와 치쿠린, 가메야마공원을 둘러보는 수준으로 끝냈었기 때문에 이번엔 천룡사와 대각사를 들렀다. 다음에 들른다면 법륜사(호린지)와 우즈마사의 광륭사(코류지)가 되지 않을까?
임제종 사찰 천룡사(덴류지)
교토 아라시야마에 간다면 가츠라강과 도게츠교를 들를 것이고, 대나무숲길인 치쿠린도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천룡사(天龍寺, 덴류지)를 가봐야 한다. 천룡사는 불교 선종(禪宗) 사찰로 선종의 한 종파인 임제종 일본 대본산 사찰이다.
천룡사 소개자료에 따르면, 1339년 고다이고 천황을 애도하기 위해 무로마치 막부를 세운 아시카가 쇼군이 창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 8차례의 대화재로 모두 소실되었다가 근대에 들어선 메이지 시대(19세기) 때 재건한 건물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교토에 가면 누구나 일본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교토를 더 잘 이해하고 싶으니까.
아라시야마의 대표 사찰이어서 주차장도 넓게 준비되어 있다. 아예 입구쪽 앞마당이 주차장이다. 천룡사 주위에도 작은 사찰들이 많이 있고, 사찰의 오른쪽 담벼락이 죽림(竹林), 즉 치쿠린이라 생각하면 된다.
매표소에서는 본당 티켓과 소겐지 정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첫 방문이라면 당연히 본당+정원 티켓(300엔+500엔)을 구입하여 다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본당에서 소겐지를 바라보는 광경도 꽤 멋있기 때문이다.
교토의 명소들, 특히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정원 입장료를 받는 곳들이 많다. 적게는 400엔, 많게는 500엔으로 많은 곳을 방문한다면 입장료 지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번씩은 꼭 들어가 보는 걸 권한다. 물론 정원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무료 입장 가능한 지역으로만 가봐도 되지만, 일단 입장료 내고 방문해 본 곳이라면 다음에 선택해서 가보지 않아도 된다.
덴류지를 대표하는 붉은색 옷을 입은 달마도가 본당 입구에 있다. 마치 위쪽을 한번 쳐다보라는 것처럼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무서워 보이기도 하다.
달마는 중국 남북조시대 선종을 창시한 인물로 보리달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참선수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종불교에서는 달마는 중요한 시조로 존경받는다. 달마도가 있다면 그곳은 분명 선종 사찰이라고 보면 된다.
본당은 신발을 벗고 출입하는 공간이다. 표검사를 하고 바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넓은 본당공간을 만나게 된다. 사찰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본의 사찰들은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본당에서 소겐못을 바라볼 수 있는 너른 공간엔 여행객들이 편하게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한여름이라면 시원한 냉기가 느껴질만한 공간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내다보며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본당은 대방장(大方丈)이다. 주지나 고승이 거처하는 처소를 말하는데, 본당에서 바로 마루로 나오면 소겐지(못) 정원이 펼쳐진다. 대방장은 서원과 선운각, 다보전까지 이어진다. 즉, 본당 티켓으로 4곳의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회랑으로 연결되어 비를 피할 수 있고,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어쩌면 북쪽의 백화원을 뺀 소겐지만 감상하려면 본당 티켓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당에서 소겐지를 바라보면 바로 앞 정원 출입객들이 앉아있는 모습도 사실, 풍광과 여유를 즐길 사람이라면 천룡사에서만 1~2시간을 머물러도 될 것 같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을 것 같고, 맑아도 풍부한 빛과 함께 정원을 감상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종사찰이니 정좌하고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좋겠다.
선종사찰답게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는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산수(山水)라 하지 않는가.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꽃도 있으며, 그 뒤엔 산이니 자연이 모두 내 눈 앞에 펼쳐지니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이다.
교토의 정원들은 패턴이 있다. 마당에 작은 자갈을 깔아 물이라하고, 나무로 섬을 만든다. 그리고 바위들을 곳곳에 또 섬처럼 배치시켜 둔다. 자갈들은 물결처럼 느껴지게 마치 밭의 이랑을 만들듯 정렬되어 있다. 돌들이 정원을 이루고 있다하여 석정(石庭)이라고 부른다.
진짜 물이 못에 있듯, 마당에는 자갈로 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런 정원의 마른산수는 교토 정원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다른 사찰의 정원에 가더라도 동일한 패턴이어서 실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로 감상하면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본당 앞에는 여행객들이 편하게 쉬면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가족과 친구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정원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리다. 그 앞으로는 눈 앞의 풍광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사진촬영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 이런 사진으로 이곳의 풍경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내가 저 자리에 가 있다면 어떤 느낌일지, 어떤 감성일지는 정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탁 트인 공간과 나무, 물, 돌이 주는 감성은 어떤 것일까?
지천회유식 정원이라 하는 이유는 물이 흐르는 천(川)이 정원 못으로 모이고, 또 모인 물은 다시 원류가 되어 못으로 돌게되는 것을 말한다. 고인 물이 아니라 물도 깨끗하고 썩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못은 인공미가 철철 넘친다. 손재주가 좋은 일본인들이 만든 인공정원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손이 끊임없이 들어가야 유지가 된다는 단점이 있다.
불상이 모셔진 곳이나 공력있는 스님이 모셔진 건물 앞에는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앞에 불전함 같은 상자에 동전을 뿌리듯 던지고 두 손을 모아 절을 한다. 다보전 앞에도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모인다.
치쿠린으로 이어지는 북문쪽으로는 백화원(百花苑)이라는 작은 정원도 있다. 북쪽 산방향에는 대나무가 정원 안쪽으로는 다양한 꽃들이 자라는 곳인데, 겨울초입이라 꽃을 볼 수는 없었다. 봄이나 가을절정에 아름다울 것 같다.
대나무숲은 백화원 뒷자락부터 북쪽으로 펼쳐져 있다. 북문을 나서면 바로 치쿠린 중간쯤인데, 왼쪽으로 가메야마공원이나 오른쪽 사가 아라시야마역으로 길이 나있다. 지난 여행 때는 남쪽에서 치쿠린을 거쳐 가메야마공원으로 나왔는데, 그때 지나다 천룡사 북문을 지나쳤는데, 이제 머리속으로 공간이 상상된다.
백화원에서도 산쪽 방향으로 살짝 올라가면 저 멀리 교토시내가 보인다. 높은 건물이 없는 교토라 저 멀리 평원의 가옥들이 보인다. 교토는 조금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시내가 보이고 산들이 보인다. 옛 수도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왕이 사는 궁궐만이 도드라져 보이고, 백성들의 집들이 그 아래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럼 모습이었을 것이다.
대각사(다이카쿠지) 가는 길
우린 여기서 멀지 않은 다이카쿠지(大覺寺, 대각사)로 가기위해 치쿠린의 오른쪽으로 나갔다. 가다가 다시 북쪽 노노미야신사 방향으로 나가면 다이카쿠지로 갈 수 있다. 물론 짧은 거리는 아니다.
시골동네 대나무길을 걷는 풍경은 평화롭고 한가하다. 차는 다니지 않지만 대여용 자전거는 자주 마주쳤다. 하루 1천엔 짜리 대여용 자전거는 아라시야마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다이카쿠지는 덴류지 근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위치에 있다. 직선거리로 약 1.2km 정도이기 때문인데, 골목길을 찾아 걸어가는데 필요한 것은 바로 구글지도다.
동네 작은 소로까지도 잘 안내하기 때문에 찾아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스마트폰 배터리는 더 빨리 닳는다. 네비게이션 모드 보다는 지도 참조로 걷다가 현재 위치가 경로에 있는지만 확인하면 배터리 소모는 덜 할 것이다.
골목을 지나다가 본 어느 자동차. 아! 여기가 애니메이션의 성지 일본이 맞구나! 하는 그런 느낌의 차다. 저게 개인 자가용이든 회사차든, 남부럽지 않게 타고 다녀도 되는 관용의 표시일테니까.
진언종 다이카쿠지파의 대본산 대각사(다이카쿠지)
20분을 그렇게 걸어가니 이정표는 대각사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다이카쿠지는 천황의 어소(御所, 고쇼)였기 때문에 궁전과 같은 화려함과 고요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꽃의 사원이라고 불리고 있어 내부에는 다른 사찰과 달리 생화 꽃장식들이 많이 보인다.
원래 주인들이 다닐법한 정문은 오른쪽 천막이 가리워진 곳으로 보이지만, 매표와 방문자 관리를 위해 왼쪽으로 별도의 통로를 만든 것 같다.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입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찰 안에는 '오사와노이케'라는 큰 못이 있는데, 다이카쿠지 주위로 해자처럼 못으로 흐르는 도랑이 있다.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치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듯한 느낌을 주는지 흐르는 물도 아름답다.
이곳의 입장료는 성인 1인당 500엔이다. 근처 기오지 사찰 동반입장권을 100엔 더 주고 갈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다이카쿠지는 건물내에서 정원과 못을 모두 구경할 수 있어서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입장통로쪽에 슬리퍼함이 있을테니 슬리퍼를 신는 것을 권장한다. 신발을 벗고 바로 보이는 기념품점 왼쪽으로 꺾으면 슬리퍼함이 바로 보일 것이다.
일본 천황의 어소여서 그런지 건물들은 더 화려해 보인다. 석정도 있고, 나무와 돌이 있는 일본의 정원 공식은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정갈하고 깔끔하고 거기에 여기 다이카쿠지는 화려함까지 더 했다.
건물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그 중 오대당(五大堂, 고다이도)에는 불교의 다섯왕 상이 모셔져 있다. 석정이 있는 곳의 화려한 대문인 쵸쿠시몬은 천황이 다이카쿠지를 방문할 때 사용하던 문이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문은 아니었다고 한다.
첫번째 사진의 생화꽃꽂이를 이케바나라 부른다. 꽃의 사원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번째 사진의 회랑은 칼 또는 창으로 휘두를 수 없도록 낮게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천황이 거주하는 곳이어서 닌자 또는 병사들이 함부로 칼과 창을 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본다면 일본인들의 치밀한 건축계획도 엿볼 수 있다.
정원과 실내 공간들, 참배공간을 지나면 마지막에 못을 만나게 된다. 연꽃들의 자리가 보이니 연못이라 불러도 되겠다. 다른 사찰의 못에 비해 크다. 역시 왕의 처소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직 남은 단풍은 붉은색의 절정에 이르렀고, 그 중 혼자 푸르른 소나무는 단아하다. 아마도 정원사의 손질을 받은 것 같았다.
회랑으로 연결 중인 건물도 있다. 아직 개방되지 않았지만, 이 건물은 안내서에도 다른 건물과 달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쵸쿠푸신교덴(勅封心經殿, 칙봉심경전)'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건물인데, 칙봉심경이란 천황이 쓴 반야심경을 말한다. 이런 칙봉심경을 모셔둔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토의 명소들을 다니면 꼭 만나게 되는 이정표들이다. 일어, 영어, 한글, 한자 4개 언어로 쓰여져 있다. '순로'로 따라가면 거의 빠지지 않고 명소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귀로' 표지를 만나면 돌아가면 된다.
화장실마저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관람객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사찰과 이질감이 없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건물의 일부라 생각할 정도로 배려가 느껴지는 시설이다.
다이카쿠지는 아라시야마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관람객들이 많지 않았다. 늦가을 풍광을 즐기고 사진을 찍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으면서도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천황의 어소였던만큼 화려람도 뒤지지 않으니 아라시야마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4시가 다 된 시간에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보통 교토의 사찰들은 5시를 전후하여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아서 시간계획을 잘 짜야 한다. 후시미이나리신사 같이 늦게까지 개방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정원을 가진 대부분의 사찰들은 저녁 전 이른 시간에 관람객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우리는 다시 1km 정도를 걸어 사가 아라시야마역으로 향했다. 교토역에 맡겨둔 가방을 찾기 위해서 JR 산인본선을 타고 교토역으로 갔다.
그 사이 많은 코인라커들이 비어 있다는 표시인 녹색등이 들어와 있다. 이제 가방들고 숙소인 '다이와 로얄 호텔 그란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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