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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에 가족과 함께 교토와 오사카를 다녀왔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첫 날은 교토로 가서 짧은 여정을 소화하고 다음날 오후에 오사카로 이동했었다. 첫 일본 관서지방 여행객들은 교토와 오사카를 한번에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크고 유명한 도시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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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와 오사카는 사뭇 다른 풍경을 가진 도시다. 흔히 교토를 천년고도 경주와 비교하는데, 오사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2의 수도 부산 정도가 되겠다. 3박 4일을 경주와 부산을 이어 여행한다면 어느 도시에 더 집중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개인취향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다시 교토를 선택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7시에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 4시 이전에 일어나 서둘러야 한다. 덕분에 광명에서 공항버스 첫 차(04:20)를 탔다. 국제선은 넉넉하게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버스로는 도저히 5시까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새벽 도로는 한산하여 5시 40분 쯤에 공항에 도착했고, 미리 전날 모바일로 체크인한 덕분에 좌석배정까지 완료되어 출국수속만 마치면 되는 상황이었다. 간단히 출국수속을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니 주말 해외여행 떠나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7시 출발한다던 비행기는 7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지만, 간사이 공항까지 1시간 20분(올 때는 1시간 40분)의 비행시간 덕분에 9시쯤에 착륙했다.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4개월만에 보는 간사이 공항이 반갑기만 했다. 대한항공으로 도착할 때는 1터미널이었는데, LLC인 제주항공은 2터미널에 내린다. 곳곳에 피치못하면 탄다는 피치항공 여객기들이 줄줄이 서있다.
입국수속이야 현지 숙소의 주소와 연락처만 있으면 문제없다.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여러 젊은 친구들은 에어비앤비, 민박 등에서 묵는 경우가 많았나본데, 입국심사원이 여행객의 민박집 연락처, 주인 연락처를 꼼꼼히 챙기는 입국수속 장면을 목격했다. 호텔숙박의 경우라면 잊지말고 주소와 연락처를 입국신고서에 기입해야 한다. 입국심사 때 그거 말고는 보는 것이 없다. 심사 때 전자지문채취와 얼굴 사진 촬영 정도가 있을 뿐...
하루카 타고 교토로!
교토로 직행하기 위한 특급열차 '하루카'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 입구의 모습이다. 토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많고 줄도 길었다. 국내에서 편도 티켓은 미리 구입할 수 있지만, 왕복티켓은 이곳 매표소에서 구입해야 한다. ICOCA(이코카)카드가 있으면 할인되므로 반드시 카드를 챙기거나 구입하자. 이곳에서 구입도 가능한데, 티켓숫자만큼 필요하다.
평소엔 이런 모습인데, 귀국하던 화요일 오전의 모습은 한산하다. 여기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2터미널, 왼쪽으로는 1터미널로 가는 방향이다 바로 맞은편은 하루카 열차를 탑승하는 플랫폼 입구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10여 개의 창구가 있어서 빠른 속도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더 안쪽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왕복티켓을 끊었다. ICOCA카드가 있으므로 교토역까지 1인 16,000엔, 왕복 32,000엔에 구입가능했다. 지난번 여행 때 ICOCA카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할인이 가능했다.
왕복티켓은 14일간 유효하다. 만일 14일이 넘는다면 편도로 끊고 교토역에서 편도 구입하면 된다. 예약확인메일을 프린트해서 ICOCA카드와 나와 아내의 여권을 차례대로 보여주면 된다. 참고로, 여권은 한사람이 다른 사람 것을 가지고 표를 구입할 수 있으니 구입을 위한 줄도 한명만 서면 된다.
이제 교토로 갈 시간! 받은 티켓을 개찰구에 넣고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서 한층 아래 플랫폼으로 가면 된다. 자유석은 4, 5, 6번 객차인데,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새치기 많이 보인다. 딱 봐도 어느 나라 국민인지...
오! 이번엔 운좋게 자리를 잡았다. 왠만큼 줄이 서도 자리는 있는데, 4명 가족이라면 앞쪽 줄이 아니라면 모두가 앉기는 힘들다. 우린 두명이라서 다행. 중간쯤 앉았고, 열차 출발 전까지 계속해서 들어오는 손님들로 자유석 객차는 통로까지 가득!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역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잠시 눈을 붙일 수도 있는 시간. 덴노지와 신오사카역이라는 경유지가 있지만 느긋하게 눈을 감을 수도 있는데, 교토가 목적지라면 자다가 내릴 곳을 지나치는 일은 없다. 이때 좌석 앞에 티켓을 꽂아두면, 검표원이 돌아다니며 도장을 찍는다. 이렇게...
그러나, 난 하루카를 탑승 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 구입한 일본 현지 USIM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다. 아내의 스마트폰은 잘 되는데, 내 폰은 동작하지 않았다. 아내폰 테더링으로 Wi-Fi 접속후에 나무커머스 고객센터 담당자와 카톡... 원인은 잘못 설명된 프로파일 설치 URL이었다. 설명서에 co.jp와 .com 주소를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엉뚱한 프로파일이 설치되었고, 통신 불능이 되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덴노지 도착할 즈음 해결되었다.
공항을 벗어나는 첫 관문인 공항 렌라쿠교 일부는 지난 9월 태풍 제비의 피해로 복구 중인 모습도 보였다. 유조선이 다리에 충돌하여 걸린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했는데, 칸쿠라인 철로가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1시간 20분 동안 지나가는 차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의 들뜬 기분과 함께 이국의 풍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더구나 한국기온과 거의 7~8도 차이가 나는 바람에 따뜻한 느낌마저 여행의 기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다.
교토역이 가까워지면 오른쪽 창가에 앉은 사람은 도지(東寺, 동사)의 오중탑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신경쓰고 찾지 않으면 아예 못 볼 가능성도 있다.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을 읽은 사람이라면 교토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에서 오중탑 찾는 것은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열차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앉아야 하고, 3, 4, 5층 정도의 상단만 보이기 때문에 여간 신경써서 봐야 가능한 탐사다. 운좋게도 우리 부부 둘 다 오중탑의 존재를 열차안에서 확인했다. 여행 중 도지에 가보자 했지만, 결국 이번 여행에서는 도지 오중탑을 바로 볼 수는 없었다.
하루카 타고 아라시야마로 직행?
교토 가는 하루카 티켓을 끊으면, '교토, 사가 아라시야마'로 간다고 찍혀 있다. 우리가 아는 그 아라시야마로 가는 티켓이다. 그런데 보통은 교토역에서 내리고 만다. 이번에 우리는 그냥 아라시야마로 바로 가보기로 했다. 호텔 체크인도 오후 2시가 되어야 가능하므로, 11시가 다 되어가는 오전이라 아라시야마로 바로 가보기로 했다.
하루카가 도착한 플랫폼은 30번이다. 내린 방향 쪽 앞으로는 31, 32번 플랫폼(북쪽 제일 끝 플랫폼)이 있으며, 기점이자 종착 플랫폼이다. 즉, 동쪽으로는 철로가 없고 서쪽으로 철로가 시작되는 플랫폼이다.
왼쪽에 보이는 열차는 고속열차고, 오른쪽 흰색 열차는 보통열차다. 사가 아라시야마역은 서일본JR의 산인본선(사가노라인)을 타면 되는데, 32번 플랫폼의 보통열차를 타면, 탐바구치, 니조, 엠마치, 하나조노, 우즈마사역을 지나면 다음 역이 바로 사가 아라시야마역이다. 시간은 약 16분 정도 걸린다. 교토역에서 아라시야마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원래 요금은 240엔.
코인라커를 이용하다
그러나 공항에서 교토역에 도착한 우리같은 여행객은 짐이 문제다. 그래서 또 여행전에 미리 찾아봤다. 개찰구를 나가지 않고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을 말이다. 여행가방을 들고 여행지를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친절한 소개가 있는 아래 URL은 일본어 사이트지만 크롬브라우저에서 열어 한국어로 번역하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친절하게 사진과 그림도 포함되어 있으니.
https://www.kyotojapantravelmap.jp/kyotostation-coinlocker/
하루카 티켓은 교토역에서 개찰구 밖으로 나가면 사가 아라시야마역까지의 무료 탑승기회는 사라진다. 즉, 짐만 맡기고 32번 플랫폼에서 산인본선 기차만 타면된다. 나가지 말고 짐을 맡기자, 짐을 맡기자... 개찰구 안쪽엔 약 400개의 코인라커가 있다고 한다.
개찰구 안쪽에는 코인라커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엄청 많다. 특히 주말이라면... 라커들은 짐이 들어있다는 붉은색 표시로 가득할 것이다. 녹색등(빈 칸)이 있는 곳을 빨리 찾자. 300엔짜리와 500엔짜리, 700엔짜리까지 가방 크기에 따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어 메뉴도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기계의 라커는 빈 곳이 없다.
하루카에서 내려 중앙출구방향으로 걸어가면 양쪽(승강장 포함)으로 코인라커들이 즐비하다. 녹색을 찾아라. 녹색을 찾아라... 아! 하나 딱 찾았는데, 500엔짜리다. 우리 가방은 300엔짜리면 충분한 크기인데... 어쩔 수 없이 빨리 넣고 요금을 지불했다. 이때도 ICOCA카드로 해결했다. ICOCA카드는 나중에 짐을 찾는 카드열쇠로도 사용 가능하다.
사진에 보듯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되어 있으니 짐을 넣고 라커를 잠그고, 지불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ICOCA카드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제 짐은 라커에 맡기고 당당하게 사가 아라시야마로 간다!
개찰구 안쪽 라커에 짐을 맡기면 불편한 점은 딱 하나다. 다시 짐을 찾으러 오려면 교토역 플랫폼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 즉, 짐만 맡겨두고 교토역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경우에만 유용하다는 것이며, 만일 개찰구 밖으로 나가서 한다면 약 1,000여개의 코인라커가 있으니(특히 남쪽 하치죠쪽)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어쨋거나 우리는 각각 240엔(열차 편도 요금) 요금도 아끼고, 짐도 맡기기 위해 코인라커를 이용했다.
역 곳곳에 있는 ICOCA카드 충전기는 잔액이 조금 남았을 때 미리 미리 충전하자. 굳이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도록 단순하다. 하다가 잘 모르는 것 있으면 아무에게나 물어도 정성껏(?) 알려주니 걱정말자.
짐을 교토역 코인라커에 맡기고 나온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가 아라시야마역에 내렸다. 걸어서 덴류지(천룡사)와 도게츠교(도월교)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케이후쿠 전철이나 한큐라인을 타도 아라시야마에 도착할 수 있으며, 교토역으로 바로 가려면 산인본선을 타는 것이 낫다.
아라시야마는 두 개의 전철라인이 종점으로 두고 있고, JR라인까지 역을 두고 있어서 찾아가기에는 용이하다. 다만, 교토역이나 중심부에서 이곳으로 버스로 이동할 때에는 좁은 도로와 잦은 승하차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느긋하게 시골 풍경을 즐길 사람에게 버스로 도착하는 방법을 권한다. 지난 여행 때 우리가족은 버스로 이동했었다.
아라시야마 여행의 중심지인 가츠라강 도게츠교로 걸어가는 길에 만난 단팥죽집. 유홍준 선생이 말한 노무라 젠자이 단팥죽집이다.
들어가보려 했으나, 여행 첫날 첫 끼니를 단팥죽을 먹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사진만 남기고 가츠라 강가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식당을 찾으니 모두 줄 서서 기다렸다. 배가 고파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포기하고 넓은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에 들어선 것은 오로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서였다. 맛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건물 2층에 있는 세이슈안(淸修庵, 청수암)이라는 식당이었는데... 위 사진은 소고기 덮밥과 냉모밀 세트인데 1,803엔(세전)이다. 일본여행을 하다보면 메뉴판에서 봤던 금액보다 계산할 때 더 많은 돈을 내야할 경우가 많은데, 바로 소비세 8% 때문이다. 사진의 음식도 실제 계산하면 1,947엔이다. 세전(稅前)인지 세후(稅後)인지 메뉴에서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계산할 때 당황하지 않는다.
교토에서 식당을 고르면 왠만해선 실패하진 않는다. 세이슈안도 맛집 수준은 아니나, 그렇다고 수준이하의 식당도 아니다. 교토의 식당들은 준수한 편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건물 2층에 자리잡아 가츠라강과 도게츠교도 잘 보이는 전망좋은 가게다. 넓어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될 정도니 그냥 한끼 떼운다는 생각이면 괜찮은 곳이다. 우리처럼 생각하는 여행객들로 가득한 식당이었다.
가츠라강을 가르는 아라시야마의 아이콘 도게츠교
교토여행을 간다면 아라시야마에 들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토 여행지를 동서남북으로 나누면, 서북쪽은 아라시야마를 반드시 다녀와야 할 곳이다. 거기서 시작해서 북쪽으로는 다이카쿠지, 닌나지, 료안지, 킨카쿠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츠라강과 도게츠교가 있는 아라시야마는 첫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소겐치 못 정원이 있는 덴류지(天龍寺, 천룡사),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치쿠린, 가메야마공원, 호린지(法輪寺)가 모여있는 교토의 유원지다. 주말에 아라시야마에 가보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아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2월의 첫 날이었지만, 춥지 않아서 매서운 겨울 강바람은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이었고 햇볕이 구름에 가리울 때는 스산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강과 다리의 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역시 그래도 아라시야마의 핫플레이스는 바로 강위에서 가츠라강을 바라볼 수 있는 도게츠교다.
글을 쓰다보니 급 피곤해진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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