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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淸水寺,기요미즈데라)는 지난 여름 첫 교토여행의 첫번째 방문 명소였다. 7월말의 찌는 듯한 더위속에 고초자카(五条阪)로 오르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날씨는 추워졌고,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통해 접근했다.
교토의 제일 핫한 장소 중 하나인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일요일 늦은 오후에도 사람들로 가득찼다. 작은 길가에 늘어선 가게들은 오가는 여행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먹을거리, 구경거리가 가득한 이 길은 아마도 평탄하지 않고 좁은 언덕갈이어서 더 아기자기함을 선사하는 것 같다.
오늘의 목표는 지난번 들르지 못했던 무대와 그곳에서 일몰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4시가 넘은 시간에도 계속해서 몰려왔다. 특히 일본 수학여행 학생들의 무리가 많았다.
해는 그렇게 뉘엇뉘엇 가라앉고 있다. 12월 2일 일요일이지만, 오후 4시 3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일몰이라니... 하지만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도와는 달리 조금 더 시간이 빠르게 가는 곳이다.
입장권을 끊고, 본당을 향해 간다. 여전히 막에 가려져 공사중인 본당의 모습은 아쉽기만하다. 저 막들을 내려야 시원한 광경일텐데...
본당안은 바깥이 천막으로 가려져 있어서 어둡다. 저녁이 가까워지는 늦은 오후라는 점에 비춰봐도 확실히 어둡다. 청수의 무대에는 왔지만, 그 시원한 무대풍경을 제공하는 그런 모습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스럽다.
2018/08/05 - [일본 여행기] 교토, 오사카 3박 4일 (2) 교토 첫째날
처음 청수사를 들렀을 때 본당을 돈 내고 들어가봐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들어와 보는 것이 더 나았다는 판단은 확실하다. 400엔을 내지만 교토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위의 풍광만은 괜찮았다.
아래로는 오토와폭포가 보인다. 입장료를 내면 오토와폭포로도 가볼 수 있다.
본당 무대에서 본 청수사의 또 다른 전망대다. 저곳이 교토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전망대다.
본당앞의 무대는 수리 중이라 바깥쪽으로 풍광이 보이질 않는다. 본당안에는 스님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본당안으로 진한 향초의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제 막 해가 떨어지려 하고 있다. 4시 34분. 몇 분 사이에 해는 산넘어 숨어버렸다.
본당의 막은 밖에서 봐도 웅장하다. 언제쯤 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은원 어영당과 청수사 본당 무대는 꼭 그 원래의 모습을 보러와야 할 것 같다.
전망대에서 본 본당과 삼중탑의 모습이다.
이제 오타와폭포로 가는 길. 청수사 본당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오타와폭포가 있다.
굳이 이런 행렬에 들어가 소원을 빌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그냥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만 지켜보고 지나왔다. 세 물줄기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많이 회자되고 있으니 생략하겠다. 실제 사람들이 물을 마시지는 않고 받아서 위로 들어 흘려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본당 무대 아래쪽에서 본 모습... 저기서 아래로 뛰어 내린다고? 정말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뛰어내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이 사람들을 저 높은 무대에서 뛰어 내리게 하였을까?
법관사 야사카탑, 오중탑!
청수의 무대를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산넨자카 지나 법관사(法觀寺,호칸지) 오중탑을 가까이 보러 갔다. 산넨자카에서 니넨자카로 갈라지는 길에서 니넨자카가 아닌 오중탑이 보이는 길로 들어서면 모두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꺼낸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이며, 교토를 상징하는 이정표와도 같은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동사의 오중탑, 인화사의 오중탑과 함께 법관사 오중탑은 이곳 교토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법관사 오중탑은 야사카탑(八阪塔)이라고 불린다.
가까이 갈수록 오중탑의 위용은 크게 와닿는다. 살림집들과 가게들이 밀집한 동네에 우뚝선 오중탑이라니! 오중탑을 가진 법관사는 589년 쇼토쿠 태자가 지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만큼 오래된 사찰이다. 지금의 오중탑은 화재로 인하여 1440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고 그 이후로 잘 보존되어 왔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찍은 오중탑이다. 목조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위치다. 그 웅대함은 가까이 갔을 때 더 잘 알 수 있다. 시간이 늦어 법관사 경내로 들어가볼 수는 없었지만,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들어가봐야겠다.
교토여행 2일차의 긴 여정은 법관사 오중탑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교토역으로 가기 위해 기온거리로 갔다.
작지만 밤이면 살아나는 거리, 기온(祇園,기원)은 밤이 더 화려하다. 하나미코지는 게이샤, 마이코가 실제 활동하는 거리로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간 그 시각에는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신고 총총걸음을 하는 그녀들을 한명도 볼 수 없었다.
그런 밤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대로로 나서 버스를 탔다. 그런데, 기온거리에서 시조대교를 건너기 전까지 얼마나 차가 막히던지, 서울의 어느 도로에 공사를 하면 막히는 그런 교통흐름을 느꼈다.
버스를 타고 100미터를 움직이는데만 10분 넘게 걸렸다. 그렇게 시조대교를 건너자 차가 언제 막혔냐는 듯 가와라마치와 가라스마를 지나 빠르게 남쪽의 교토역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