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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녹차밭의 녹색물결을 마음에 담고 다음 여행지인 순천으로 향했다. 거리는 약 70km, 이동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한 바로 옆동네다. 순천 방문 목적은 몇 해 전 여수 여행 당시 순천을 그냥 지나쳐간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을 가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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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남도 여행(7) 녹색에 취하다, 보성 녹차밭(대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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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숙소도 국가정원에서 가까운 연향동 숙박업소 밀집 지역에 잡았다. 마침 5.20(금)부터 바로 근처 팔마지역을 중심으로 61회 전남체육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기로 한 16일 월요일에는 영향이 없긴 했지만, 아마도 주말로 가까이 가면 선수들과 관광객이 붐빌 것 같았다.

여행 3일차 저녁을 맞아,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근처 빨래방에서 3일간의 빨래를 하고, 저녁식사를 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 결론을 내리자면, 5일간의 여행 중 숙박, 먹거리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곳이다. 우선 예약하고 간 호텔(무인)은 객실 내부 조명이 너무 어두웠는데, 조명설계를 잘못한 것 같았다. 다만, 불을 끄고 누웠을 때 길 반대편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좋았다. 바로 대각선 방향에 순천 동천과 함께 국가정원이 있는 곳이다.

빨래와 식사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여행 일정에 대해 아내와 상의를 했다. 5일의 여행 중 가장 기대를 하고 있는 다음 일정이 남해 보리암 방문이었다. 미리 알고 각오하고 있었지만, 보리암 가는 길이 조금 힘들 수 있으나, 반드시 올라 가보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정 조정을 하다 보니 순천의 국가정원 방문 계획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다.

이런 패턴으로 돌아다녀보니 하루 2곳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일(5.17) 하루 오전, 오후로 나눴을 때 순천국가정원과 남해 보리함 2개 모두 일정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과감히 국가정원은 다음으로 연기하고(왜냐면 국가정원을 둘러보려면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 남해 보리암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행 네째 날 5.17(화). 일찍 일어난 우리는 호텔이 제공하는 꼭대기층 셀프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는 길을 나섰다. 그래도 순천에 왔는데 남해로 가기 전에 어딘가는 꼭 한 군데라도 들러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마침 호텔 로비에 비치된 리플릿에 '순천드라마촬영장'이 있었고, 아침에 살펴보니 간단히 들러볼 만했다. 마침 이동 경로상에 있었다.

 

[순천드라마촬영장 - 순천시 비례골길 24(조례동)]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원래 군부대 자리였으나, 2006년 SBS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이 조성되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12,240평(40,465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에 185채의 건물로 구성된 세트장은 크게 순천읍내거리, 서울 변두리 번화가, 서울 봉천동 달동네 구역으로 만들어져 있다.

승용차로 간다면 입구에서 주차를 하고 들어가며, 시간제한 없이 승용차 1천원(경차 500원)에 주차 가능하다. 주차 후 오른쪽의 입구로 가서 표를 구입하면 되는데, 이곳 촬영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드라마, 영화의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마약왕, 말모이, 제빵왕 김탁구, 늑대소년, 허삼관, 해어화, 강남 1970, 에덴의 동쪽 등 수많은 드라마, 영화의 세트장으로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Apple TV+의 파친코도 이곳 세트장을 이용했다고 한다.

순천드라마촬영장 입구 및 매표소

입장료는 성인 1인 3,000원이며, 꼭 들어가기 전에 관광안내지도를 받아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크게 순천, 서울 변두리,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안내도 한 장에 그려진 지도를 보고 들어가면 이해가 아주 빠르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옛날 브라운관 TV 모양을 하고 있다.

대략적인 촬영장의 모습은 위와 같다. 입구에서부터 60년대 순천 읍내 거리, 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 그리고 언덕을 올라가면 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가 재현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 모습

관람 순서는 리플릿에 의하면 80년대 서울 변두리에 이어 언덕의 봉천동 달동네로 가보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 무의식엔 보통 오른쪽으로 해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다니는 습관이 장착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도 입구에서 오른쪽 60년대 순천 읍내 세트장으로 향했다.

재밌는 것은 관광안내소도 옛날 건물형태로 되어 있으며, 그 옆엔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드라마 리스트가 있으며,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는 사실이다. 제일 최근 방영분이 '파친코'다.

 실제로 드라마/영화 촬영관계로 통제가 된다는 입간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곳이 세트장임을 실감할 수 있다. 만일 촬영일에 방문할 수 있다면 더욱더 재밌을 거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트장을 둘러볼 차례다. 60년대 순천 읍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간중간에 세트장 보수와 새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현대식 설비(?)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만들어진 건물과 내부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냥 겉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드라마 세트장답게 다양한 소품에도 신경을 쓴 모습들이 보인다.

옛 모습의 철길 아래 굴다리도 잘 묘사되어 있고, 그 안의 벽에 붙은 전단지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어릴 적 봤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도 나 같은 5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는 촉매가 될 법한 장면들이 연출되어 있다.

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옛날을 그리워할까? 아마도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 것에 대한 아쉬움과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가 함께여서 그렇지 않을까. 우리나라 중장년층 세대에게는 그 시절이 사회, 경제적 격변기여서, 어렵고 힘들지만, 가족, 친구, 이웃들과 좋았던 시절이 남아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제 70년대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으로 간다. 달동네라는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서인지 세트장도 높은 곳에 지어져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 봉천은 지금도 관악산 아래 몇몇 산봉우리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이라 언덕 곳곳에 집들이 지어져 있다. 달동네는 달이 보이는 높은 곳에 지어진 서민 마을을 뜻하는데, 그 시절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터전이 된 곳이다.

언덕의 골목길은, 지금은 정겹게 느껴지지만, 실제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힘들고 고단한 길이었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힘주어 오르고 내려야 하는 험난한 골목길이었다. 연탄재 뿌려 미끄럼을 방지하려고 했었고, 눈 녹으면 시멘트 바닥 위엔 연탄재가 지저분하게 깔여 있기도 했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메인 세트장 모습이다. 곳곳에서 실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여름휴가 시기에 맞춰 건물들을 보강하려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저 멀리 아파트와 비교되는 이 모습은 여전히 서울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빈부(貧富)의 격차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다시 언덕 아래 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로 내려가 보자. 그러고 보니 관람 순서가 60년대 순천읍, 70년대 봉천동에 이어 자연스럽게 80년대 서울 변두리로 가는 상황이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관람 방향도 괜찮은 것 같다.

80년대 서울 변두리는 고고장과 극장으로 대변되나 보다. 고고장 앞으로는 음악이 크게 들려나오고 있는데, 80년대 인기 팝송들이다. 아무래도 고고장이어서 그런가 보다.

고고장 내부엔 싸이키 조명이 현란하게 돌아가고 있고, 벽엔 그 시절 가수들의 음반 재킷이 붙어 있다. 이선희, 장혜리, 심신, 강수지, 조용필, 심수봉, 임병수 등등 우리 세대엔 잊을 수 없는 가수의 앨범과 흥겨운 팝송이 계속 나온다. 근데 난 이렇게 요란한 고고장(?)엔 가본 적 없다. 나이트나 텍(?)이라고 불리던 곳엔 친구들 따라 가 본적이 전부다.

극장도 80년대엔 핫플레이스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기 전까지, 극장은 한두 편의 인기 영화를 커다란 간판에 걸고, 그 아래 매표창구에 줄 지어선 모습과 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고고장 가고, 영화 보고, 분식집 들르던 그 시절이었다.

추억여행관이라고 해서 교복체험관이 있는데, 옛날 교복을 대여해서 입어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아마도 지금 세대는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옷들일 것이다. 내가 정확하게 교복자율화 첫 세대인데, 당시 전두환 정부 시절 중학교 입학하면서 교복을 입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다시 교복을 입고 있지만, 나는 형, 누나들의 교복만 보고 자랐던 세대다. 그래서 굳이 입어보고 싶지는 않더라.

그렇게 60, 70, 80년대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화요일 아침 일찍 와서, 관람객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는 정말 좋았다. 아마도 이 시절을 겪었던 우리 아버지, 삼촌 세대가 좋아할 곳 같다. 요즘 친구들도 좋아할까? 아마도 그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세트장이어서 그럴 것 같긴 하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순천의 짧은 여행기록으로 남기고 이제 보리암이 있는 남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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