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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항에 내리면 좌우로 난 도로가 바로 보인다. 차,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는 섬 전체 일주가 가능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섬의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 올레길 1-1코스 역시 섬을 일주할 수 있도록 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상 원형의 둘레길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걷는 습성이 있어 천진항에 내려 동쪽 방향으로 향한다. 그렇게 돌아야 나중에 천진항까지 가지 않아도 그전에 하우목동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본섬으로 가기에 편리하다.
천진항에서 우도봉 방향으로 걸으면 2022년 3월에 완공된 유럽식의 훈데르트바서 파크가 보인다. 우리가 우도를 방문한 때가 3월말이었으니, 딱 1년 전에 오픈한 일종의 테마파크이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의 유명화가이자 건축가로 예술가이자 환경운동가라고 한다. 스페인의 가우디가 독특한 건축물로 유명하듯, 훈데르트바사의 건축물도 친환경적 설계 등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당초 대형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우도주민들의 반대로 친환경적인 테마파크로 바뀌어 개장했다고 한다. 호텔과 미술관,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원은 입장료를 받는다.
올레길 1-1코스는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경계로 난 도로로 이어지는데, 우도봉을 향한다. 3월말에 오니 푸릇푸릇한 청보리도 보게 되는데, 이국적인 건축물이 배경인데도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지중해 연안에 온듯한 건물이 이색적이다.
올레길을 걷는 분들에게는 친숙한 표식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흡사 'K'자 같고, 'ㅈ'자를 눕힌 글자 같아 보이는 이 표식이 올레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걷다 이 표식을 만나면 올레길이니 잊지 말고 잘 따라가면 된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감귤의 오렌지색을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올레길 마크다.
우도봉 가는 길에 만난 해안도로 관광지 순환버스다. 이 버스는 홀수일과 짝수일에 일주방향이 다르다. 1일 성인기준 6천원인데, 당일만 환승 가능하다. 홀수일은 시계반대방향, 짝수일은 시계방향이라는데... 우도 방문한 날은 19일로 홀수일이었는데 시계방향으로 버스가 오고 있었다!? 패스!
올레길 표시를 따라 걸으면 길은 찾기 쉽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길도 있긴 하지만. 저 멀리 우도봉이 보인다. 우도 어디에서든 우도봉은 다 보인다. 꼭대기 등대도 보이고, 통신탑도 보인다. 우도봉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따라가면 된다.
우도봉 가는 길에는 승마체험을 하는 곳도 지나는데, 따로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트럭과 함께 말 몇 마리를 끌고 나와서 지나가는 손님들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데크로 포장되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쇠머리오름이다. 원래 바람 많은 제주라, 날이 좋든 그렇지 않든 바람은 계속해서 강하게 불고 있으니 참고.
오름같이 생기지 않았지만, 어쨋든 이곳에 오르면 바로 지척에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처럼 생긴 저 모습 때문에 성산(城山)이라 한다 하니, 고개는 끄덕끄덕.
영화 화엄경 촬영장소라는 표식도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적 화엄경이었는지 가물가물...
이제 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을 향해 출발한다. 올레길 코스에서 살짝 벗어나야 정상으로 갈 수 있고, 우도등대로 바로 가려면 올레길 따라가면 된다.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봉우리는 봉우리다.
봉우리에서 우도를 바라본 풍경. 저 멀리 민가들도 보이고, 천진항도 보인다. 이제 곧 방문할 검멀레해변은 우도봉의 동쪽 바닷가로 바로 뒤쪽 해식애절벽이 멋진 풍광을 가진 곳이다.
다시 올레길 코스를 따라가기 위해 봉우리에서 내려와 우도등대로 향한다. 우도등대를 거쳐야 검멀레해변으로 갈 수 있다. 걸어서 가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높이기 때문에 걷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등대 아래쪽에는 등대공원도 조성되어 있어 볼거리가 조금 더 있는데,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우도등대 입구에는 포토존이 있는데, 트릭아트 연출이 가능한 스폿이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나름 재밌는 볼거리로 생각된다.
우도의 북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네모난 저수지는 이곳 우도섬의 젖줄이 아닐까? 올레길 1-1코스는 우도등대를 내려가면 검멀레해변이 아닌 우도저수지 방향으로 안내된다. 저수지 왼편으로는 무덤들이 많이 있는데, 오래전 공원묘지 같고, 그 뒤로는 공설묘지 구역이 따로 있다.
지금은 운영이 중단된 우도등대는 따로 있다. 2003년 운영이 중단되었고, 그 옆에 따로 새롭게 구축된 등대가 있다.
(구)우도등대와 현재 운영 중인 우도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우도등대를 지나 북쪽으로 향하면 검멀레해변이 보인다. 내려가다 왼쪽길로 빠지면 우도저수지 방향의 올레길 코스다.
검멀레해변 방향 모습이다. 건물과 사람들, 차들이 많다. 한눈에 봐도 핫스폿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풍경이다. 왼쪽 위쪽에는 우도의 다른 섬 비양도가 보인다.
내려가는 길은 다소 가파롭게 보인다. 반대로, 검멀레해변에서 우도봉으로 올라오기엔 다소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완만한 천진항-우도봉 코스에 비해 경사가 급하다. 내려가는 사람은 콧바람에 상쾌하게 내려갈 수 있지만...
3월의 제주는 대부분 유채가 지고 없지만, 성산항에서부터 이곳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유채가 한창이다.
검멀레해변이다. '검'은 검다는 뜻이고, '멀레'는 모래라는 뜻이니, '검은 모래 해변'쯤 되겠다. 화산재로 만들어졌다 보니 검은색이 되었다고 한다. 우도봉에서는 내려다볼 수 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해변의 다른 방향에서 본 모습인데, 단층이 구분되어 보이는 모습이 경이롭다.
해식동굴도 보이고, 저 멀리 보이는 기암절벽은 '후해석벽'으로 높이 약 20미터 폭 30여 미터의 절벽이고 특이하게 석벽 하나가 떨어져 있다. 사진에는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둥같이 생긴 절벽은 실제 떨어져 있다.
검멀레해변의 도로가는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하다.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고,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대만인들 같다.
다시 검멀레해변 옆으로 난 올레길 코스에 올랐다. 주택가를 지나는데, 담벼락에 한가롭게 햇볕을 쬐는 고양이가 지나가는 우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니 경계심은 그리 없어 보인다.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올레길이다. 2대가 교차하여 다니기엔 다소 좁은 길이고, 전동바이크와 자동차가 섞여 다니다 보니 조금은 위험해 보인다. 하물며 그 옆을 걸어 다녀야 하는 뚜벅이는 더 위험하다.
올레길 따라 걷다보면 조일리비양동을 지나가게 되는데, 시간이 된다면 캠핑장이 있는 비양도에도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시간도 없고, 너무 많이 걸은 탓에 포기했다. 대신 조금 더 가면 하고수동 해수욕장이 나오고, 식당과 먹을거리가 많은 동네를 만나게 된다.
배가 너무 고파 칼국수를 먹기로 하고 찾은 '해광식당'이다.
보말이 들어간 칼국수. 어떻게 먹었는지 다 건져먹고 마지막으로 국물까지 맛보고 나왔다. 시장이 반찬인가.
스타벅스에서만 봤던 해피해빗컵 반납기가 식당에도 설치되어 있다. '다회용 컵 반납기'라고 되어 있는데, 해빗컵을 반납할 수 있는 기계다.
밥 먹고 나와서 본 바다는 아까와 달라 보였다. 뭐랄까... 좀 더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검은색 화산암과 흰모래와 푸른 바다는 3월의 제주바다지만 한 여름 바다같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길 중간에 있는 방사탑이라는 것이 있는데, 마을의 재앙을 막고 무사안녕을 바라는 뜻에서 세워진 축조물이다. 만들 때 밥솥과 주걱을 넣고 쌓는다고 하는데, 재물이 들어오고 화재(재앙)를 막아 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저 안에 밥솥이?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지나서부터 올레길을 찾는데는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다. 중간중간 올레길 표식을 찾아내긴 했지만, 지금과는 다른 좁은 길이고 때로는 논두렁 같은 길이라 망설이며 지도를 비교하며 지나가야 하는 길들이 있다. 잘못 들면 다시 돌아 나와 길을 찾기도 했다.
우도 하면 땅콩이 유명한데, 다른 지역 땅콩보다 고소하고 크기도 큰 것 같았다. 땅콩마을은 동쪽 비양도 아래 있긴 하지만, 땅콩이야 우도 전체 어디서든 수확을 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땅콩을 먹었으면, 껍질로 산을 만들어 놓은 곳을 지나가기도 했다. 지난번 가파도 때는 소라껍데기가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우도는 땅콩껍질...
하우목동항으로 이어지는 올레길 1-1코스의 북쪽구간은 올레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되는 부분이 많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잘못 들어설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이미 만들어진 올레길 중에 개발이 진행되거나 건물, 도로가 들어서면서 정비가 필요해 보이는 구간들 때문인 것 같다.
서쪽의 해안도로를 만나면 하우목동항을 찾는 것은 아주 쉽다. 시간을 보니 성산항으로 가기에도 이 시간이 나아 보여 천진항까지 가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천진항으로 다시 돌아가서 섬 전체 일주가 목적이었으나, 이 정도만 걸어도 완주나 다름없어 보였다.
맞춰진 시간이 되자 사람들과 차들이 승선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갈 때 탄 배는 우도랜드2호.
성산항 출발 때처럼 차들도 한대 두대씩 들어오는데, 뒷걸음 쳐서 들어온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먼저 들어온 차는 안쪽으로 들어간다.
출발시간이 되자 바로 떠나는 도항선. 3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방문이었지만, 처음으로 우도에 와 본 것으로 만족해야지. 다음 번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섬을 나가고 있었지만 중간에 바다에서 만난 지척거리의 도항선은 우도방문객과 차를 싣고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아! 이놈의 갈매기들. 물론 새우깡으로 유혹하는 승객들이 갈매기에게 새우깡 던져주는 건 이미 국내 어디서든 벌어지는 일이라... 배에서 무인이지만 새우깡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이 호기심에 새우깡을 던져 주지만, 인천에서 봤던 들고 있는 새우깡 뺏어먹기(?) 신공은 보여주지 못했다. 소심한 제주 갈매기들... 대신 바닷물에 떨어진 새우깡 먹느라 정신없어서 우도에서 성산항까지 마라톤 하는 녀석들이 꽤 있었다.
역시 바다 가운데서 봐야 우도가 어찌 생겼는지 알 수 있다. 위에서 봐야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라도 알아볼텐데, 옆에서 보면 그냥 오른쪽 높은 곳에서 왼쪽 낮은 곳으로 평평하게 펼쳐진 작은 섬모양이다.
15분 만에 도착이라 금방 성산포항에 도착했다. 일출봉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 달라 보이는 듯하다.
우도 올레길 트래킹이 목적이었는데, 걸은 거리는 NRC 기준으로 10.13Km였고, 시간은 2:26:46 고도 255m 상승으로 나왔다. 긴 시간 같았는데, 점심 먹는 시간도 있었고, 중간중간 쉬었던 것 다 합쳐도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다시 한 시간 넘게 걸려 숙소가 있는 공항 근처로 가야 했다.
다시 정류장으로 갔고, 시간표를 보면서 차를 기다렸다. 이번에도 111번을 타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112번이 도착해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을 보니 112번은 한참 있다 출발하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 중이었는데, 갑자기 기사님이 112번 번호판을 111번으로 바꾼다. 아!
돌아오는 시간도 얼추 갈 때 시간과 비슷했다. 공항까지는 1시간 20분. 봄날 우도 여행은 111번 버스를 타면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