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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홍콩여행 4일차.
여행 가기 전 원래 계획은 4일 차를 가족 개인별 각자 여행을 생각했었고, 여건이 괜찮으면 마카오를 당일치기 여행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며칠사이 중국 본토인들의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포홍 카페를 통해 마카오도 본토인들의 급증으로 여행하기 힘들다는 소식들이 올라와서 여행일정을 급하게 바꿨다.
그리고, 귀국하는 내일 오전 옹핑 케이블카를 타고 천단대불을 다녀오려 했으나, 구룡역에서 대한항공의 얼리체크인이 없어졌다는 정보를 늦게 알게 되었다. 결국 옹핑으로 가려면 아침 일찍 호텔 체크아웃하고 짐들고 공항가서 임시로 짐을 맡긴 후 빠르게 충역에서 옹핑케이블카 타고 천단대불을 다녀와야 하는 상황인데, 비행기가 15:25 출발이니 공항에는 아주 늦어도 14:00까지는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다.
오전 10:00에서 14:00까지 4시간 동안 모든 여행을 마쳐야 하는데, 10시부터 오픈인 케이블을 타는 것도 관광객이 많이 몰릴 경우 더 늦어지고, 케이블카만 왕복 40~50분 타야 하며, 점심식사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쫓기는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아예 일정을 하루 당기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내일 귀국하는 날은 시간적 여유가 많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전 10시 오픈일정을 맞추기 위해 아침식사(08:35)를 빠르게 했다. 어제 사온 오니기리와 컵라면을 먹고 호텔에서 가까운 동침사추이역(Tuen Ma Line)에서 탑승(08:42)해서 남청역(Tung Chung Line)에서 환승(08:58)했다. 옹핑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통청역은 09:20경 도착했다. 동침사추이역에서 통청역까지는 대략 38분 정도 걸렸다. 이 정도면 침사추이에서 공항으로 갈 때도 고려해 볼 만한 루트다. 통청역에서 버스 타고 약 10분만 가면 공항이기 때문이다.
옹핑 360 케이블카
오늘은 홍콩여행을 온 날 중 가장 날씨가 좋았다. 물론 오후부턴 흐려졌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가 옹핑으로 가는 오전부터 날씨가 맑아졌다. 퉁충역을 나오면 바로 Citygate Outlets라는 쇼핑몰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환승 정거장도 함께 운영되는데, 충역에서 이 건물을 바라보면서 바로 건물 왼쪽으로 가면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다.
쇼핑몰 벽에는 옹핑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건물을 돌아서면 바로 케이블카 타는 시설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그 앞에 줄을 서 있는데, 09:40쯤에 케이블카 티켓팅과 탑승을 위한 문을 개방한다. 우리는 09:25에 이곳에 앞서 있던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섰다.
줄을 서 있으면 빨간 옷을 입은 직원이 현장 발매를 한다. 요금표를 보여 주며, 미리 티켓을 끊는데, 암표 아니니 걱정은 안 해도 되나, 우리처럼 이미 준비해 온 사람들은 신경 안 써도 된다. 우리 바로 앞에 중국 본토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목걸이형 NFC카드(도장모양)로 티켓팅하며 결제하는 모습도 봤다. 우리가 09:25분에 줄을 섰으나 이미 약 30~40여 명이 앞서 줄을 서 있었다. 정확하게 09:40에 탑승티켓 구입과 탑승권 바우처 확인을 위한 장소로의 입장이 허락되었다.
우리가족은 클룩에서 구입한 홍콩패스로 2개의 어트랙션을 선택했는데, 첫 번째가 Sky100 전망대 관람과 간식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옹핑 360, 즉 옹핑 케이블카 왕복권이었다. 2개 어트랙션 예매 비용만 개별적으로 할 경우 9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홍콩패스로 인당 66,000 원으로 해결했다.
일정수의 인원들만 먼저 보낸다. 마치 피크트램을 탈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바로 우리 가족 뒤에 섰던 분들부터 다음 순서로 끊겼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경우 티켓팅과 탑승에 혼란이 있을 것 같아 미리 중간에 공간을 두는 것 같다. 10시가 아직 안된 상태인데 줄은 아주 멀리까지 늘어나 있는 모습이다.
바우처 구입자와 현장 티케팅 손님을 구분하여 줄을 세웠고, 탑승장소 가까이서 두 줄을 합쳤다. 그리고 스탠다드형 캐빈과 크리스탈 캐빈(발바닥 아래가 투명)으로 구분하여 태웠다. 크리스탈 캐빈이 조금 더 비싸다. 그리고 숫자도 스탠다드형에 비해 적다. 거의 5:1 수준이다. 일반형이 5대가 지나면 크리스탈형이 1대 정도 섞여 있는 수준이다.
캐빈 1대에는 정원이 10명이나 보통은 8명 정도를 태우는 것 같다. 우리 캐빈은 스탠다드형으로 우리 가족 4명, 중국인 가종 3명과 외국인 1명으로 8명을 채워 탔다. 조금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케이블카가 움직이자마다 모두들 카메라로 바깥 풍경을 촬영하느라 정신없었다.
옹핑 360 케이블카는 직진으로만 가진 않는다. 출발 후 잠시 90도로 방향을 꺾는다. 그 후 바다가 보이는 곳을 지나 산 방향으로 넘어간다. 저 먼 거리까지 언제 가나 싶지만 금방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오늘은 하늘도 맑고 바람도 심하지 않아 아주 최적의 날씨를 보여줬다.
바다를 건너고 나니 이제는 산을 넘는다. 정말 순식간에 산을 넘어 버린다.
높은 산으로 올라갈수록 중간에 케이블 연결 타워들이 더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케이블카 특성상 올라가는 캐빈 외에 돌아오는 캐빈도 계속해서 빈 채로 충 케이블카 탑승장 쪽으로 내려간다.
케이블카 탄 지 약 20분이 넘어가자 저 멀리 천단대불이 산 정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멀지 않은 것 같은데... 그로부터도 약 5분 정도를 더 가야 내릴 수 있었다.
한참을 가다 북쪽의 바다가 보이는데 도로가 지하로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란타우섬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강주아오대교를 볼 수 있는데, 홍콩 주하이 항에서 마카오 항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다. 사진의 지점은 해저로 들어가는 부분인데 약 6.7km 해저터널이 이어지고, 다시 마카오 쪽에서 지상으로 이어진다.
참고 : https://www.discoverhongkong.com/kr/interactive-map/hong-kong-zhuhai-macao-bridge.html
이제 점점 천단대불 쪽에 가까워지고 있다!
무사히 착륙했다. 케이블카 탑승시간은 거의 25분. 총길이 약 5.7km의 선로를 25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산 넘고 바다 건너 쎠쎠쎠!!! 도착!
케이블카를 내려 나오면 바로 옹핑마을이 나타난다. 입구부터 춘절 신년을 기념하는 북이 양쪽에 설치되어 있다. 저 멀리 산에는 구름이 급하게 바람을 타고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거의 오늘의 첫 팀에 가깝기 때문에 아직까진 옹핑마을이 조용한 편이다. 천단대불 입구까지는 계속해서 이런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다들 천단대불을 갈 때 찍어 올리던 위치인데, 나도 한번 찍어 봤으나, 역광. 날씨가 그만큼 변화무쌍했지만 맑았다. 지상에는 바람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하늘은 난리도 아닌 것 같았다. 구름이 바람에 쫓겨 달아나는 수준이라고 할까? 저 멀리 묵묵히 앉아계시는 부처가 보인다.
옹핑마을에도 스타벅스 있다고! 난 그것도 모르고 충역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hot으로 급하게 드링킹 한잔하고 왔다. 설마 시골 같은 느낌의 이름인 옹핑마을에는 카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오판한 거야. 세상의 스타벅스는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고 홍콩의 조용한 시골마을에도 스타벅스는 있다.
점점 대불에 가까워지고 있다. 곧 뵐게요...
드디어 곧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선다. 이곳까지가 옹핑마을이라는 뜻으로 거대한 석조 삼문이 서 있다.
그런데 저 멀리 산을 휘감고 있는 구름이 심상치 않다. 상서로운 느낌마저 드는 구름이 이곳을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게 만든다. 쨍한 햇살아래 저 멀리 높은 산을 넘는 구름이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보이니...
이곳엔 천단대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앞으로는 넓은 광장을 두고 포린사라는 사찰이 있다.
이제 진짜 부처의 세계로 들어선다. 남천불국(南天佛國)이라...
악귀는 신성한 부처의 땅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부처를 지키는 약사12신장(대장군) 중 하나인 INDRA 장군이다. 12개의 장군은 각자의 힘과 상징이 있고 악귀를 물리치는 수호신이다.
여전히 구름의 위세는 무섭기만 하다. 남천불국의 광장임을 알리는 둥근 단이 있다. 이곳에서 정면으로 대불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여기서 불상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천단대불로 가까이 가 본다. 계단 앞에는 큰 향로와 금귤나무가 양쪽에 세워져 있는데, 금귤은 부와 복의 상징이기도 하고,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홍콩인들은 춘절에 금귤나무를 많이 산다고 한다. 집안에 부와 복이 많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뜻이라고 한다. 춘절을 앞둔 시기에 특별히 부처님께 공양하는 뜻이므로, 다음에 천단대불을 방문 하면 그때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금귤나무와 홍콩에 대한 이 글도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yueyu1/222239603716
대불을 오르는 계단 입구에는 작은 안내소가 있는데, 관람객 중 특히 여성 방문자 중 옷차림을 일부 단속하고 있었다. 레깅스나 매우 짧은 치마를 입은 관람객들에게는 웃옷으로 하체를 가리고 올라가라는 주의를 주었다. 외국인 여성 한 사람은 레깅스차림이었는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는 점퍼로 허리 아래를 가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동남아시아 국가 일부 사찰입장 시에도 요구받는 그런 주의사항 같았다.
이곳 천단대불의 계단은 총 268개. 이는 각각의 숫자와 관련이 있다는데, '2'는 '쉽다'라는 뜻, '6'은 '이어진다', '8'은 '부자'라고 해석을 한다니... 이 계단을 오르는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결국은 부자가 되라는 뜻을 가졌다 하니... 그게 부처님의 뜻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홍콩사람들에게는 '부'를 가져다주는 의미로서의 부처를 더 섬기는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니 더 인자해 보인다. 높이 34m(몸체 26.4m, 연화단 포함), 250톤의 무게라 하니, 알고 보면 더 놀라운 대불이다. 대불이 바라보는 방향은 베이징이며, 그 이유는 베이징의 천단을 본떠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불이 있는 곳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니 보련사(포린사)가 보인다. 또한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날이 좋아 저 멀리 산들과 바다도 보인다.
대불 아래에서 봤던 그 구름인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산을 넘고 있는 구름과 포린사의 모습을 담아봤다. 운치 있는 광경 같다.
그런 광경을 부처님도 보고 계시겠지?
대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비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고,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그냥 조용히 들러볼 수 있는데, 홍콩배우인 매염방의 추모공간도 있었다.
대불을 내려와서는 포린사로 이동했다. 가깝기도 하지만, 홍콩의 사찰은 어떤지 궁금하여 방문해 보았다. 한국의 사찰처럼 사천왕이 있는 건물을 지나(여기는 반대로 사찰을 나올 때 사천왕문으로는 통과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마치 큰 핫도그처럼 생긴 물건은 향이다. 신도로 보이는 어떤 여자분이 저걸 들고 향을 피우려 하는 행동을 봤는데, 실제로는 조금 작은 막대처럼 생긴 향에 불을 붙여 향을 태웠다.
다른 블로그들에는 돌아다니는 소들이 있다고 했는데, 우린 들개들을 봤다. 짖거나 으르렁 대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세월 좋게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몇몇이 몰려다니기도 했지만, 대부분 순하게 보였다. 사람이 기르지 않는지 목줄도 없다. 여긴 동물들도 따로 관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부처의 세상이어서 그런가?
란타우 택시를 봤다. 공항 아닌 곳에서 하늘색 택시를 보긴 첨이다. 가까운 곳에 버스 정류장도 있는데,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 우리가 갔을 때는 버스도 없었다. 저 택시는 퉁충역에서 이곳 옹핑마을이나 타이오마을, 공항 등을 연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버스로도 퉁충역을 갈 수 있는데, 대략 1시간 10분~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타이오 마을은 약 10여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원래 하루 일정으로 옹핑을 방문했더라면, 지혜의 길 트래킹도 하고, 타이오 마을에 가서 점심도 먹고 했을 텐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빠르게 대불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퉁충으로 가자는 가족의 의견에 따라 돌아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이번엔 줄을 서서 가는 대기자가 없는 바람에 우리 가족 4명만 타고 퉁충역으로 돌아갔다.
저기(사진)의 아래쪽이 오른쪽으로 90도 꺾이는 구간이다. 90도 꺾인 후 곧 출발지였던 퉁충역 케이블카 시발점이 나온다.
90도 꺾인 후 충역 방향의 사진이다. 저 멀리 승강장과 함께 아파트들이 보이고, 노보텔, Citygate Outlets도 보인다.
드디어 착륙. 도착해 보니 11:50분. 정말 급하게 천단대불을 다녀온 것 같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마지막날 여행도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변수는 짐(캐리어)인데, 공항에 맡기고 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여유로울 수 있을 것 같고, 퉁충역이나 아웃렛,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맡기면 되긴 할 텐데, 맡길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어쨌거나 10시 이전에 퉁충역에 줄을 설 수 있다면, 12시를 전후하여 다시 퉁충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딱 점심시간 도착이라, 퉁충역 앞에 있는 쉑쉑버거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ABITA...beer 맥주라고 시켰는데... 무알콜에... 까스명수 맛이 나는 음료였다. 다음에는 속지 않으리! 어쩐지 버거집에서 대낮에 맥주를 팔더라니...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침사추이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벌써 피곤해해서 호텔로 바로 복귀하라 했고, 아내와 나는 못 가본 구룡공원과 해안가 쪽을 산책하기로 했다.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2024.02.17 - [여행과 맛집] - 2024 홍콩 가족여행 가다 (9) 구룡공원, 1881 헤리티지 그리고 귀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