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난리다. 매미 한마리가 한시간째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 가도 꿈쩍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것 아니냐는 소릴 한다. 여름에 흔하디 흔한 매미지만 이렇게 19층 고층까지 날아와 방충망에 달라붙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집을 염탐하듯 방충망에 딱 들러붙어서 꼼짝을 않는다. 방충망을 살짝 열어 디카를 허공에 대고 자신의 정면(머리 위)에서 찍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아마도 죽은 척을 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방충망이 움직여도 꼼짝않는 것은 상당히 배짱이 두둑하다는 증거다. 녀석 덕분에 잠시 매미를 가까이서 감상했다. 손으로 잡지않아도 그 모양새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이만한 교육적 효과도 없다. 아이들은 이제 별로 재미없다는 눈..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가을은 있었다. 더위를 몰아내는 가을은 아름답고 기분좋게 다가온다. 덥다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변덕같은 간사함보다는 그저 '바람 참 시원하구나'하는 생각이 가을이라는 정서에 더 잘 어울린다. 오늘은 처서다. 장소를 뜻하는 곳 '처(處)'자에 더위 '서(暑)'로 만들어진 24절기 중 하나이다. 더위가 떠나기 전 마지막 머무른다는 뜻이다. 여름과 가을이 교대를 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처서인 오늘 아침은 시원한 바람과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때문에 가을이 정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선선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그 어느때보나 강렬하다. 처서에 비가 오면 곡식이 준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만큼 지금 이맘때 햇살은 곡물의 생장발율에 가..
다시 붐비는 사람들과 자동차 도시엔 자동차 소리보다 매미소리가 더 요란하다 이제 가는 여름이 아쉽기도 하겠지 울어라, 울어라, 계속 울어라, 목청 높여 계속 울어라 그래야 아직도 여름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테니까 우거진 나뭇잎 사이 그늘에서 계속 울어라 울다가 울다가 그 울음 그치는 날에 조용히 다른 나라로 떠날테니 너희가 울지 않으면 여름이 오지 않는다 너희가 울음을 그치면 여름은 멀리 가 버린다 곧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면 너희들은 잊혀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너희를 잊고 지낼거다 거짓말 같이 또 더워지면 사람들은 다시 너희를 찾을거야 아마도 그땐 너의 아이들을 보고 여름이 왔음을 알거야 울어라, 울어라, 계속 울어라, 가는 길이 아쉬워도 계속 울어라 허물만 남겨놓고 가더라도 아쉬워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