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어린 것이래두 집안 꼴이 안될걸 알구 그랬든가 부지요?" 끄응! 소년이 자리에서 저도 모를 신음 소리를 지르며 돌아 누웠다. "쟤가 여적 안자나?" "아니, 벌써 아까 잠들었어요. ...얘, 잠고대 말구 자라!" (생략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설 '소나기' 마지막 부분) 뉴시스 : 황순원 소설 '소나기' 원제목은 '소녀(少女)'...원본 발굴 황순원의 '소나기'라는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초시네 대를 이을 마지막 손녀인 '소녀'와 시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는 늘 가슴 한켠에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년과 소녀의 짧지만 여운이 긴 애뜻한 '정'과 소녀의 죽음이라는 '이별', 그리고 '소나기'라는 둘만의 공감대가 잘 어울린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인터넷뉴스에 토막으로 실린 기사였지만, 학창..
외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을 나오자 마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이 한두방울 '두두둑' 떨어지더니 이내 '쏴' 하고 쏟아진다. 사람들은 황급히 비를 피할 곳을 찾고, 갑자기 세상이 바빠졌다. 예상치 못한 비로 밖에 나와 있던 가게의 상품들은 주인의 손놀림에 빨리 가게 안으로 감춰지고 있다. 머리에 책가방을 받치고 뛰어가는 남자, 급하게 택시에 올라타는 아가씨, 나처럼 가게 앞 천막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 초가을의 소나기... 흙냄새가 올라온다. 먼지 냄새가 올라온다. 여름처럼 덥던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 진다. 10여분 뒤 비는 가늘어 지고 몇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소나기는 짧게 와야 소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