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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나 연초는 기업의 연봉협상 시즌이어서 이직(移職)이 비교적 잦은 시기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1년간의 근무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이직이나 사직을 권고한다. 물론 좋은 평가로 더 좋은 조건에서 근무를 할 수도 있다.

인크루트와 엠브레인이, 공동 조사한 이직에 대한 설문 조사 내용을 보도자료로 돌렸나 보다. 동일한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여러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 인크루트, 이직활동자 중 35.6% 이직 성공

인크루트뿐만 아니라 잡코리아나 다른 구인 구직 서비스 업체들은 이때가 성수기이다. 특히 연초에는 연봉협상과 함께 설명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시기이다. 나름 가족과 함께 이직에 대해 고민하고 결심을 하는 시기이다.

위 링크의 보도자료(인크루트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화 요청 자료)가 언론사에 보낸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직을 고려하는 사유 1위로 '현 직장의 비전이 보이지 않아서'가 32.4%로 나타났는데, 실제 이는 핑계에 가깝다. 2위로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아서(23.4%)'는 그래도 좀 솔직한 편이다.

리서치 같은 설문조사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설문조사를 하는 양식에 따라서 의도를 몰고갈 수도 있지만, 도덕성이나 눈치를 봐야하는 설문에는 진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직과 관련된 질문에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나는 저런 식의 조사에 대해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실제로 IT회사의 개발자 및 영업자 채용 많이 겪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 포스트에서도 나타나 있지만 '이직'과 '직장생활' 등에 대해 관심이 많다.

2007/05/31 - [기술 & 트렌드] - 떠나는 이의 자세,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2007/01/24 - [기술 & 트렌드] - 신입사원 직장생활 1년의 의미
2006/12/23 - [기술 & 트렌드] - 잘난 팀장 아래 잘난 팀원이 존재한다
2006/04/14 - [기술 & 트렌드] - 연봉협상과 이직

실제 인력을 채용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있어봤고, 실제 사람을 대하는 마케팅(영업) 조직에 있다보니 남들보다 이직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 접할 일이 많아서였다.

회사의 비전을 이유로 이직한다는 것은 아마도 설문 항목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적당히 둘러치기 좋은 변명거리이다.

속마음을 그대로 이야기 해보라고 주관식을 냈더라면, 아마도 연봉이나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있는 회사를 알게 되었거나, 현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원망하고 있거나, 또는 짤리기 전에 먼저 이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경우가 훨씬 많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 처럼, 회사의 비전 때문에, 연봉 때문에, 직장 동료와의 트러블, 회사 사정이 나쁘기 때문 등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이며, 이직 이유의 대부분은 받는 '돈'이 문제일 경우가 많다.

회사의 비전에 대한 언급은 퇴사 이유를 대변하기 정말 좋은 아이템이다. 회사 때문이다 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나는 이곳에서 필요한 인재인데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라는 것을 알아달라는 의미이다.

다수의 직장인은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 정확하게 설계를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기계발을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서적들은 변화를 요구하지만, 그만큼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실천이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돈의 문제라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받는 급여를 삭감 당하거나, 주변의 유혹(더 나은 대우와 보수)에 쉽게 흔들리는 것이 일반 직장인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돈 뿐만 아니라 여건 등을 파악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금전'적인 것이다.

조사 대상의 이직자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이었다. 이직자의 68.8%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우는 14.1%,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는 10%,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는 5.3%라고 조사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이직을 하면서 급여가 상승했는지 아닌지 여부도 같이 나왔더라면 더 신빙성이 있었을 것이다. 비전이 있어서 급여를 깎고 입사한 경우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조사도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마도 내 짐작으로는 그런 경우는 회사의 비전때문에 옮겼다는 사람 중에는 없을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이직은 급여의 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은 공무원이 아닌 이상 한직장에서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더 나은 곳으로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곳으로의 이전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대신 옮긴 직장에서는 그만한 결과를 내야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만 한다. 직장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파는 곳이 아닌가.

결국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일은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잘 하는 것이고, 이를 성과로서 평가 받는 것이며, 회사의 비전 역시 자신이 만들고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자신이) 비전을 바꿀 수 있는 회사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이직보다는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더 성과를 낼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한 직장생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말이나 생각보다 행동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과연 현재 직장에서 중요한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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