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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는 8개의 4년제 대학교가 있다. 그중에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대학은 3개 정도로 홍콩대, 홍콩중문대 그리고 홍콩과기대(홍콩과학기술대학)가 있다. 홍콩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인재가 필요한 나라다. 홍콩의 저력은 인재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7년 7월 1일. 아편전쟁으로 촉발된 100년 동안의 영국 지배에서 벗어나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어 1국가 2체제를 가진 국가 아닌 국가가 홍콩이다. 다시 88년 후엔 완전히 중국 체제로 바뀌게 된다. 홍콩은 무역도시로 동양과 서양을 이으며, 아시아의 금융중심으로 싱가폴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다.
오늘날의 홍콩이 있기까지 홍콩은 서양(유럽)의 앞선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이를 재창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확고한 위치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선진시스템은 한국만큼이나 높은 교육열과 인재양성으로 이어져 홍콩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자 조선일보에는 영국의 조사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조사한 2009 아시아 대학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1위는 홍콩대, 2위는 홍콩중문대, 3위는 도쿄대, 4위 홍콩과기대, 7위 KAIST, 8위 서울대로 상위 10위안에 홍콩의 대학이 3개, 한국은 2개 대학이 랭크되었다.
이들 대학중에서 홍콩과기대(HKUST)는 18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대학으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학이다. 1991년 10월 1일 문을 연 이 대학은 불과 18년만에 아시아에서 최상위 대학으로 발돋움했다.
홍콩과기대는 우리나라로 보면 카이스트나 포스텍과 같은 과학 기술 중심 대학이다. 거기에 회계분야 및 경영학 분야에서도 최고 대학으로 뽑힌다. 불과 18년만에 과학 기술과 비즈니스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홍콩과기대에 대한 관심은 친한 친구로 인해 시작되었다.
2008/07/10 - [킬크로그] - 당신이 내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홍콩과기대 김성훈 교수 블로그 : http://sestory.tistory.com/
작년에 김성훈 박사가 홍콩과기대 컴퓨터공학부 조교수로 임용되면서부터 홍콩과기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전까지는 이 대학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시아에 있는 대학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카이스트나 서울대에 비해서 좀더 뛰어나다는 정도로만 들었고 자세한 것은 잘 몰랐다.
지난달 홍콩을 방문했을때 이틀동안 홍콩과기대 김성훈 교수의 숙소에서 묵으면서 홍콩과기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침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서 내가 방문했던 홍콩과기대에 대해 몇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홍콩과기대는 홍콩의 동쪽 싸이쿵 지역의 청수만에 위치한 대학으로 약 18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강의실과 기숙사, 지원시설 및 부대시설이 모여있다. 바로 앞에 펼쳐진 청수만(Clear Water Bay)의 아름다운 풍경과 뒤로는 공해없는 깨끗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어느 대학보다 연구 및 교육환경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자연 경관때문에 홍콩의 관광지로 알고 오는 외부 손님도 많다고 한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인조잔디 운동장이 있어서 더욱 이채롭고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홍콩과기대는 아시아의 MIT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홍콩에서는 유일하게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고자 하는 홍콩정부의 노력에 의해 탄생한 대학이다.
학교를 설립하는 기반은 홍콩 최대의 비영리 단체인 Hong Kong Jockey Club이 나서서 재원을 제공했다. 학교설립 부지도 제공하였으며, 학교시설을 구축하는데 들어간 돈의 절반 이상을 제공했다. HK Jokey Club은 우리나라로 보면 마사회에 해당한다. 홍콩사람들이 가벼운 도박을 좋아하는 이유로 Jockey Club은 많은 돈을 벌어들인 단체다.
학교 캠퍼스 한 중간에는 HK Jockey Club을 위한 건물도 들어서 있다.
홍콩과기대는 수업은 물론 행정업무 학생지도 모두에 영어를 사용한다. 홍콩이어서 중국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차피 본토에서 유학 온 학생들도 이곳 홍콩학생들과 언어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한다.
400여명이 넘는 교원 중 90%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학위를 마친 교수들이며 일부는 유럽 등에서 왔다. 교원의 30% 정도는 서양인 교수들이다. 특히 경영학 분야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서양에서 학위를 마친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홍콩과기대의 성장비결에는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우수한 교원확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해외 유수 대학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급여와 연구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우수한 교원을 확보함으로서 양질의 인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이뤘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수준의 급여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청수만에 위치한 캠퍼스의 지리적인 여건과 조성환경이 자연친화적이어서 미국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도심의 공해에 찌들린 대학 캠퍼스의 모습이 아니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스탠포드대학같은 조용하고 학구적인 연구분위기를 조성한 캠퍼스 덕분에 서양에서 연구를 해오던 교수들에게도 친숙한 환경을 제공해 주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법한 대학이다.
이곳에 부임하는 교수들을 위해 학교내 아파트 지원(임차료는 연봉의 7.5% 수준), 1년에 4만 홍콩달러에 이르는 여행경비 제공, 자녀의 고등학교까지의 학비지원, 연봉적립 제도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두어 교수들이 학생지도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청수만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멋진 환경에서 지낸다면 아마도 학업의욕이나 연구에 대한 질적인 향상이 분명히 따를 것이다.
홍콩과기대는 약 5천여명의 학부생과 3천여명의 대학원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대학원생은 모두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묵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기혼자의 경우 학교 근처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택지원금도 주고있다.
또한 대학원생들에게는 지원금(월급)이 제공되기 때문에 큰 걱정없이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다. 특히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은 학비와 월급까지 모두 해당 랩의 연구비와 장학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과기대를 졸업한 학생의 경우 30% 정도는 상위 대학으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취직하게 되는데 홍콩에서는 취업률이 99%에 이른다고 한다. 그 외에 본토로 돌아가거나 자국으로 돌아가서 연구소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는 시스템의 비결에는 우수한 교수진에 있다고 앞서서 이야기 했는데, 이런 시스템은 교원 운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수평가는 미국식을 도입하여 연구에 높은 평가점수를 주고 있으며, 연구성과와 가장 관련이 깊은 학과장이 평가에 높은 부분을 차지하며,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비중있게 반영되는 편이라고 한다.
조교수에서 부교수, 정교수 승진시 외부 전문가(캠브리지, MIT 등)에 대한 리뷰어 평가를 받음으로서 해당분야의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아야만 승진이 될 수 있도록 해놨다.
또한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 승진(Tenure)이 100% 보장되지 않고 절반정도만 가능하며 나머지 교수들은 탈락하게 된다. 탈락교수들은 대부분 좋은 조건으로 타학교 교수로 부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홍콩과기대 테뉴어 탈락이 오히려 타대학으로 영전의 기회일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홍콩과기대는 이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과학 기술 분야의 대학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8년 QS 전세계 대학 순위조사에서는 39위를 차지했으며(참고로 서울대는 50위), IT/공학계열에서는 24위에 올랐다.
비록 짧은 시간 홍콩과기대를 들러 학교를 둘러보고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수한 인재는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 시스템도 국가 및 사회경쟁력이고 그런 인프라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 중국의 인재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많이 떠났고, 그들이 다시 국가로 돌아와서 현재의 강한 중국의 토대를 만들었다. 자국으로 돌아와서 인재를 양성하고, 이젠 멀리 유학가지 않고 거꾸로 해외의 우수한 학자들을 불러모아 자국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홍콩과기대 역시 그런 중국의 저력중의 하나이다.
오로지 그곳에서 공부만 해도 아무 걱정없을 것 같은 홍콩과기대의 캠퍼스는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그들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참고기사 : [2009 아시아 대학평가] 카이스트에 한수 배운 홍콩과기대(大), 19년만에 '스승' 추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