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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12일 목요일 아침에 미국발 대형 IT 업체의 인수합병 소식이 날아들었다. 서버 판매 부분 1위인 HP가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인 3Com을 27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느닷없이 HP가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인수한다는 것과 그 상대가 3Com이라는 점을 의외로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Cisco의 행보에 대한 대응측면이 강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미 작년 5월 139억 달러에 인수한 IT 서비스 전문업체 EDS(지난 9월에 HP Enterprise Services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빅블루 IBM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3Com 인수는 다분히 Cisco를 견제할 목적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Cisco는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다. UC(통합 커뮤니케이션) 사업 역시 Cisco가 활발하게 추진하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IP Telephony 분야에서도 Avaya 등과 함께 시장 선두주자이다. 그리고 최근엔 서버사업에 손을 댔고, 일부 소비가전 분야(소형 캠코더 Flip)에도 진출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역을 서버 비즈니스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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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sco가 서버사업을 선언하기 전까지 HP, IBM 등의 서버업체들과는 파트너관계였다. 서버와 스토리지는 네트워크 장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장비의 최적 조합이 필요하기에 이들은 서로 협력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Cisco가 서버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에 HP나 IBM 등의 업체들은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일정 부분 필요에 의한 서로의 제품에 대한 협력은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자사 제품과 연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HP에도 ProCurve라는 브랜드의 네트워크 장비 비즈니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주력이 아니고 소규모 사업 형태로만 유지할뿐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육성책은 없었다. 대규모 시스템 구축이나 납품시 Cisco 등의 협력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3Com 연간 매출의 절반이 조금 넘는 부분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년 매출이 13억 달러였고, 절반이 조금 넘는 매출이 중국의 자회사 H3C(최초 중국의 Huawei와 합작으로 세웠던 자회사)로부터 나왔다. HP가 3Com을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3Com은 1980년대부터 PC용 NIC(이더넷 카드)을 만들며 성공했던 기업이다. 창업자 Robert Metcalfe는 Xerox에서 Ethernet을 발명한 사람이다. 닷컴붐이 한창일때 , NIC과 스위칭 장비(HUB)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더넷 통신 기능이 PC의 메인보드 사우스 브리지칩에 통합되면서 NIC(이더넷 카드)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Palm에서 인수한 Dial-Up 모뎀(U.S. Robotics), DSL 비즈니스 등에서는 실패를 맛봤다. 2000년 5월 하이엔드 라우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드레인지급 라우터 사업은 계속하고 있다.

3Com은 닷컴붐 시절에 번 돈으로 여러가지 사업에 손을 댔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한 것은 1999년 VoIP업체인 NBX의 인수건이다. 덕분에 IP Telephony 분야에 진출했고 이번 HP인수로 Cisco의 IP Telephony와 맞붙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07년 9월 Bain Capital은 중국 Huawei와 함께 22억 달러에 3Com인수를 시도했다가 미국 정부의 불허 방침에 좌절된 적이 있다. 당시 Huawei가 3Com의 지분율을 높이려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그 전에 이미 Huawei는 3Com과 Huawei의 합작사인 H2C의 지분 전체를 3Com에 넘긴 적이 있었다. 

3Com은 2005년 침입탐지시스템(IPS) 업체인 TippingPoint를 인수했다. TippingPoint의 IPS 장비는 미국내 대형기업 상당수가 고객이다. 현재 3Com의 로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업의 주력은 중국의 H3C와 TippingPoint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를 겪고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IT업체들의 빅딜이 늘어나고 있다. Oracle의 Sun Microsystems 인수, Dell의 Perot Systems 인수, Xerox의 ACS 인수, HP의 3Com 인수 등 굵직한 인수건들이 성사되고 있는데, 이는 경기침체로 체력이 약해진 알짜기업들을 자금력을 가진 업체들이 비교적 싼 인수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고,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서비스 형태의 기업 체질변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HP의 3Com 인수로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센터 솔루션 분야에서도 Cisco, IBM, Oracle 등과 본격적으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IT 서비스 분야까지 망라한다면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노트북, PC, PDA 등 개인용 컴퓨팅 시장을 위해 Compaq을 인수했고, IBM과의 전쟁을 위해 IT 서비스 업체 EDS를 인수했고, 다시 네트워크 시장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위해 3Com을 인수한 HP는 전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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