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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은 충남 서천 춘장대해수욕장 부근 호텔에서 묵었다. 춘장대해수욕장 부근은 캠핑장이 많아 모텔과 같은 숙박시설은 그렇게 인기가 없는 것 같았다. 토요일 숙박은 관광지 어디라도 비싸기 때문에 여행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간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서서히 지나가면서 주말에 나들이 인파가 늘었기 때문에 숙박과 여행은 일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다음 여행지로 나섰는데, 이번엔 변산반도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빠르게 갈 수 있는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따라 내려 가기로 했다. 특히 충남 서천에서 전북 부안 변산반도로 가는 길은 군산의 새만금방조제를 따라가면 가깝기도 하고, 바닷가 풍경을 마음껏 누리며 갈 수 있어서 이 경로를 선택했다.
몇 년 전 군산 여행 때 고군산군도의 선유도를 다녀온 적 있어서, 낯선 경로는 아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는 격포 해안. 춘장대에서 출발해서 약 2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를 타더라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했으니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는 부안군 격포항은 전북서해안 지질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변산면과 전북 고창 명사십리까지는 곳곳에 보존가치가 있는 지질학적 명소들이 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선운산 도립공원에 걸친 이 지역은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질명소들이 있는 곳이다. 이곳의 화산암과 퇴적암은 지질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 곳으로, 부안군과 고창군은 지질공원으로 지정하였다.
[격포 - 채석강과 적벽강]
처음에 아내가 채석강에 가자고 했을 때, 서해안 바닷가에 가자면서 무슨 '강'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거긴 '강'이 아니라 바닷가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즐겨 찾았던 채석강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척에 있는 적벽강 역시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았던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한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굳이 그런 이름을 여기에 붙여야 했는지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여튼 채석강과 적벽강은 강이 아니라 그 풍광이 중국의 채석강과 적벽강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어서 붙은 지명이다. 이곳은 격포항과 격포해수욕장이 있는 격포지구가 정식 지명이고, 채석강 주변에 상가가 밀집되어 있으며, 조금 더 윗쪽에 있는 적벽강은 상대적으로 외진 곳에 있다.
주차는 격포해수욕장 입구 양쪽에 무료로 운영되는 소형, 대형 주차장이 나눠져 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방문하는 차량이 많았지만, 주차공간은 널널했고, 주변 골목에도 주차가 가능해서 주차 걱정은 크게 없다.
우선 채석강은 물때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해야 해식동굴을 비롯한 여러 장소를 가볼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물때 시간을 바로 넘겨 도착해서 반대편의 해식동굴과 해식절벽, 퇴적암 등을 볼 수 없었다. 해안가에 설치된 안전선은 물때 시간 등을 고려하여 밀물과 썰물시의 경계를 알려 주의를 주는 역할을 한다.
주변에서 퇴적암 또는 퇴적층을 볼 기회는 잘 없긴하다. 경남 고성, 경주 양남, 제주도 등에서 볼 수 있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지층이 국내 알려져 있긴 하지만, 변산반도와 선운산 도립공원 쪽에 이런 퇴적암 지층들이 몰려 있다. 약 7,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중생대 백악기. 그래도 우리에겐 공룡으로 유명한 시기다. 중생대를 3기로 나눌 때 1기에 해당하는 트라이아스기, 2기의 쥬라기, 3기가 백악기인데, 공룡이 한창 번성하던 시기를 지나 멸종의 단계로 접어든 시기가 바로 백악기다. 그래서 공룡 화석이 나온 지층이라면 그때가 대부분 백악기라 볼 수 있다.
말이 7천만 년 전이지,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오래 전이다. 하긴 지구의 나이 46억 살이라면 7천만 년 전이면 그래도 아주 최근래 이긴 하다.
채석강은 퇴적층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생긴 해식절벽과 해식동굴이 있는데, 정말 아쉽게도 밀물로 인해 확인을 못했다. 나중에 사진으로만 감상했는데, 공룡발자국도 있다고 하니 아쉽긴 하다. 반대편 격포 방파제로 가면 조금 더 볼 수 있으나, 절경은 역시나 바닷가 방향이라고 한다. 꼭대기는 해발 85.7m의 '닭이봉'.
지금 격포해수욕장은 여름 개장 준비가 한창이다. 곧 다가올 여름 시즌 안전한 해수욕을 위해 바지선을 이용하여 모래를 해안에 뿌리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뒤쪽에 보이는 곳이 적벽강이다.
채석강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서 적벽강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거리를 재어봤더니 약 1.7km 정도이며, 걷는 속도를 감안하면 약 20분 정도면 될 거 같아서 걸어갔다. 격포해수욕장이 공사중이어서 해안가는 길이 막혀 있지만, 탐방안내소 뒤쪽 길(소노벨 변산-구 대명리조트)로 가면 되며, 작은 언덕을 넘으면 빠르게 도착 가능하다.
드디어 도착한 적벽강 입구 마을.
적벽강 가는 길은 펜션들이 모여있는 마을입구에서 시작되는데, 마을 입구 사거리에서 바다 방향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소원펜션 바로 지나면 공터가 있고 바닷가로 내려가는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언덕의 쁘띠블랑펜션을 넘어가면 수성당이라는 정자를 가볼 수 있다는데, 바다 풍경이 아닌 지질층이 궁금했으므로 패스.
원래는 후박나무 군락이 있는 방향으로 가려 했으나, 공사 중으로 길을 막아놨다. 그래도 상관없는 것이, 적벽강 해안가로 내려가면 양쪽으로 해식절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물때가 밀물 시간대여서 가까이 가 볼 수는 없었다. 자료에 의하면, 이곳 적벽강은 화산활동으로 인한 주상절리가 있다고 한다.
차가운 퇴적물과 뜨거운 유문암질 용암이 뒤섞여 만든 페퍼라이트, 유문암의 빠른 냉각에 의한 수축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퇴적암의 변형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해안가 지질탐사는 시간을 잘 맞춰 와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멀리서 사진 촬영하고 자료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격포해수욕장 바로 앞, 적벽강과 채석강 사이에는 변산반도 국립공원 탐방안내소 건물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꼭 들러보길 바란다. 어른들도 방문하면 지질공원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다.
1시가 넘은 시간에 바지락 비빔밥 먹었다. 다들 똑같은 해산물에 칼국수집만 보여서, 가게 한 곳에 붙은 메뉴를 보고 먹으러 갔다. 맛 괜찮았다. 근데 관광지 물가라서 그런지 모두 비싸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공부하고 와야겠다. 이제 다음은 고창 선운사로 간다.
서해 남도 여행(4) 슬지네찐빵 슬지제빵소 (cuse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