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은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귀하다는 대구에도 대중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눈이 왔으니 어지간한 동네엔 눈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요일 오후, 늦은 아침 식사 후에 집에 가만히 앉아 있기 답답하다는 아내의 푸념에 갑자기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충북 보은 법주사다. 대구에서 거리는 거의 대전만큼 멀지만 잘 만들어진 고속도로로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문제는 눈이다. 고속도라야 차가 많이 다니고, 또 차가운 날씨지만 햇볕에 노출되어 있으니 녹아서 없어졌지만, 산 속에 있는 사찰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응달진 곳이나 절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눈이 녹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늦은 아침 덕분에 오후 1시에 출발하..
축구 이야기, 군대 이야기는 여자들이 정말 듣기 싫어하는 대화주제라고들 한다. 아무래도 남자들만의 세계인 군대에 대한 이야기는 군대생활상을 잘 모르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공감가는 부분들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무반 생활 등은 코메디 소재로도 사용되었고, 많이들 들어서 그나마 좀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소재들은 훈련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유격훈련, 행군, 화생방 훈련 등이 있을 것이고, 얼차려 이야기나 특이한 전우들에 대한 이야기들일 것이다. 힘들어서 그런지 제대하면 군대가 있는 방향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물론 난 오히려 제대하고도 군생활한 곳으로 자주 놀러 갔었다. 이해를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군생활을 한 곳은 유명 관광지가 있는 지역이었다. 바로 설악산과..
3월 5일, 어제는 회사 제품(DMB 수신기)의 필트 테스트를 위해 차를 몰고 중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우리나라 북부권을 돌아다녔다. 요 며칠 날씨가 예년 3월 날씨가 아닌것처럼 변덕을 부리고 있는 터여서 조금 긴장이 되긴했다. 강원도엔 눈이 쌓이고 녹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긴장이 될 수 밖에. 어제는 전국적으로 날씨가 참 좋았다. 황사에 연이은 눈이 봄이 오는 길을 가로막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올 것은 오고야 마는 것. 봄은 이미 가까이 와 있었고, 고속도로에서 보는 경치도 다르지 않았다. 대구를 출발하여 1차 테스트 장소인 안동까지 가는데, 중간 중간에 서리 내린 들판과 산들이 많이 보였다. 어떤 곳에서는 이미 따뜻한 햇살에 녹아서 생기 찾은 소나무들로 ..
12월 30일 일요일. 내일은 올해의 마지막날이다. 그리고 화요일엔 2008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징검다리 휴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 하루를 휴무하는 기업들이 많은 모양이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내일 휴무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상 토요일부터 약 4일간의 연휴가 제공되는 것이다.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일을 떠나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 것이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아주 쌀쌀해졌다. 아파트 베란다를 열어보니 사뭇달라진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성서공단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긴 굴뚝엔 연기가 연신 피어 오르고 있지만, 주변의 차량 움직임은 드물다. 비록 일요일이지만 내일 근무를 하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푸근하고, 오늘이 일요일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