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은 여름에만 살아있는 곳이 아니다. 포항의 남쪽에 있는 구룡포해수욕장은 봄에도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다. 쓸쓸해보이는 해변가엔 젊은 대학생들이 MT와서 사진찍기 하고 있으며, 방파제 저 편에는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며 세월을 낚는 태공들이 진을 치고 있다. 하늘은 맑은데, 바다는 험해지고 있었다. 아직 찬바람이 느껴지는 바닷가여서 인적은 드물고, 드문드문 날아오른 갈매기 울음소리가 적막하게도 느껴진다. 해변 저쪽에서 파도소리 묻힌 젊은 친구들의 함성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2009년 3월 28일 오후 4시의 포항 구룡포해수욕장의 풍경이었다.
한 여름의 상징처럼 불리는 해수욕장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여름이 가장 빨리 오는 도시는 부산이고, 해운대는 여름의 상징이기도 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의 중심에 위치한 관광안내소는 왼쪽으로 미포 회단지, 오른쪽으로 웨스틴조선 호텔까지가 해수욕장의 폭이다. 이른 봄이어서인지 바닷가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겨울이 가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지만, 바람은 아직도 겨울의 찬기운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갈매기와 그 보다 숫자가 적은 비둘기들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먹을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이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모이면 주로 새우깡을 던져주는 일이 많고, 이를 재주넘기하듯 받아먹는 갈매기들이 많다. 녀석들은 먹이를 ..
우리 가족은 철지난 바닷가를 좋아한다. 한 여름의 시끄럽고 들뜬 분위기의 바다보다는 사람들도 돌아가고 아무도 없거나 조용히 산책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만 있는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이런 때가 가장 좋다. 우리 가족에겐 가을바닷가는 쓸쓸하지 않고 조용하기에 좋아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원도 고성의 바닷가를 찾았다. 이곳 삼포 해수욕장은 철지난 바닷가의 정취를 느끼기엔 더 없이 좋다. 가을에 떠나는 바다 여행은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아서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