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난리다. 매미 한마리가 한시간째 베란다 방충망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 가도 꿈쩍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것 아니냐는 소릴 한다. 여름에 흔하디 흔한 매미지만 이렇게 19층 고층까지 날아와 방충망에 달라붙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집을 염탐하듯 방충망에 딱 들러붙어서 꼼짝을 않는다. 방충망을 살짝 열어 디카를 허공에 대고 자신의 정면(머리 위)에서 찍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아마도 죽은 척을 하거나,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방충망이 움직여도 꼼짝않는 것은 상당히 배짱이 두둑하다는 증거다. 녀석 덕분에 잠시 매미를 가까이서 감상했다. 손으로 잡지않아도 그 모양새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이만한 교육적 효과도 없다. 아이들은 이제 별로 재미없다는 눈..
경북 성주군 경산리에는 성주읍민들의 취수원인 이천(伊川)이 흐르고 있다. 낙동강 지류로 성주군의 중심인 성주읍을 감싸듯이 흐르는 그리 크지 않은 천(川)이 흐르고 있다. 성주읍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으로 형성된 고을이다. 예전 성주읍은 영남의 큰 고을중 하나로 성주읍성(星州邑城)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성의 윤곽만 남아 있을뿐 그 흔적들이 모두 사라졌지만, 당시의 일부 성안에 존재하던 건물들과 성문, 연못 등의 유적들만 남아 있다. 성주읍성과 그아래로 흐르던 이천사이에는 자연 왕버들 나무로 된 숲이 하나 있다. 위치상으로는 서문쪽에 가까운데 풍수지리사상에 따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이 있다. 성의 바깥쪽에 있다하여 '성(城)밖숲'이라고 부른다. 성밖숲은 1999년 천연기념물 403호로 지정되었다...
작년 이맘때 우리 가족은 삼천포와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공룡박물관, 그리고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었다. 첫 방문이었던 그곳들은 내게 상당히 좋은 인상을 남겼다. 2008/07/27 - 삼천포 팔포, 서부재래시장 그리고 노산공원 2008/07/26 - 고성공룡박물관과 상족암, 쌍발해수욕장 작년에 방문했을때 삼천포 서부재래시장과 가까운 도심공원인 노산공원은 한창 단장중이었다. 구항과 신항 사이에 있는 노산공원은 남해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삼천포항(구항)과 남해로 넘어가는 사천대교가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곳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노산공원의 모습은 작년과는 달리 상당히 깔끔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진입로인 공원입구 계단부터 바뀌어 있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
낮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엄습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어두었다. 근데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실려 오는 것이었다. 향기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사무실 건너편 대불공원쪽 야산이었다. 사람의 머리로 치면 앞머리에 새치가 가득 자란 것처럼 삐쭉삐쭉한 나무들에 눈내린 모습이 자세히 보니 아카시아나무들이었다. 향기가 너무나 달콤해서 점심을 먹자말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향했다. 더위에 지친 것인지 작은 나무들의 가지들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건강해 보이는 아카시아들은 가지마다 한아름씩 꽃을 매달고 있었다. 아카시아꽃 주변에는 제철을 만난 벌꿀들이 계속 어른거렸다. 행여나 더 많은 꿀들을 딸 수 있을까 앵앵거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주변에 군락을 이루어 모여있는 아카시아나무들은 키가 커서 어른키에도 꽃..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가을은 있었다. 더위를 몰아내는 가을은 아름답고 기분좋게 다가온다. 덥다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변덕같은 간사함보다는 그저 '바람 참 시원하구나'하는 생각이 가을이라는 정서에 더 잘 어울린다. 오늘은 처서다. 장소를 뜻하는 곳 '처(處)'자에 더위 '서(暑)'로 만들어진 24절기 중 하나이다. 더위가 떠나기 전 마지막 머무른다는 뜻이다. 여름과 가을이 교대를 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처서인 오늘 아침은 시원한 바람과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때문에 가을이 정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선선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그 어느때보나 강렬하다. 처서에 비가 오면 곡식이 준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만큼 지금 이맘때 햇살은 곡물의 생장발율에 가..
대구에 이렇게 잘 만들어진 수목원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284번지에 있는 대구수목원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대구시민의 생활 쓰레기 410만톤을 매립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대구수목원 홈페이지 : http://www.daegu.go.kr/Forestry 그러다가 1997년부터 이곳을 수목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공사를 하였고, 매립지를 복토하는 방식으로 약 6년간의 개발 끝에 2002년 5월 공립 대구수목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7만 4천평(244,630 평방미터)대지에 1,750종의 식물이 각종 테마와 함께 모여 있는 곳 대구수목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종 식물에서부터 약용, 분재에 이르기까지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생태학습과 동시에 휴식이 가능..
'한 여름밤의 꿈'은 1990년 강변가요제 '권성연'의 노래이다. 딱 여름밤에 나즈막한 목소리로 부르기 좋은 노래이다. 떠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이 노래는 별빛 반짝이는 여름 바닷가를 상상하면 좋겠다. 최근 차태현, 송혜교 주연의 '파랑주의보' OST에 실렸다. 이제열이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나름대로 원곡과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곡의 앞뒤로 송혜교가 흥얼거리는 목소리와 빗소리도 어울린다. 곧 여름이 올텐데, 이런 노래를 흥얼거리며 낭만을 즐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