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갑자기 일어나는 이벤트여야 더 재미있다. 기대하지 않고 휴일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 고민하다가 사진촬영 전문가 형님과 함께 갑작스럽게 떠난 출사 여행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오랫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냥 이유 없이 따라 들어가 카메라부터 꺼냈다. 잘 단장된 수목원 이리 저리 다니며, DSLR과 아이폰으로 피사체를 담는데 시간을 보냈다. 점심도 생략하고, 급 맑아진 하늘 아래 풍부한 광량 덕분에 아이폰 사진도 예술을 만들어 냈다. 벽초지 수면은 파란 하늘과 나무 그리고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비쳤다. 그냥 촛점만 잘 맞으면 그 장면은 바로 쨍한 사진으로 변했다. 이 장면 하나 건네면, 가을이라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 없이 파란 하늘에 구름 조각, 따가운 햇살..
가을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성서는 눈만 돌리면 저 멀리 산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앞산(대덕산)과 비슬산 자락도 보이고, 북쪽으로는 와룡산도 보입니다. 남쪽 자락으로는 다사쪽으로 얕은 산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이곳 대구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이미 지난 주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은 지금도 거리와 야산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고 가을을 지피고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우리 가족은 집근처 계명대학교 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이곳 대구와 경산 인근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 중에서 이곳 성서 신당동 캠퍼스는 가을에 꼭 들러볼만한 명소입니다. 캠퍼스가 아름답기로는 소문난 학교여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는 곳입니다. 2008년말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덕분에 신당동 캠퍼스는 더욱 유명..
계명대학교가 처음 세워진 대구 남구 대명동 캠퍼스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방송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지금은 주택지가 밀집한 지역의 중간에 있어서 다른 대구의 대학들처럼 제2 캠퍼스를 시 외곽지로 옮겼다. 대구의 서쪽인 달서구 신당동에 제2캠퍼스를 지었는데, 캠퍼스의 북쪽으로 궁산과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가 있으며, 왼쪽으로 금호강과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남쪽으로는 성서공단과 동쪽으로는 주택단지인 성서택지지구가 있다. 성서캠퍼스의 제일 높은 곳인 아담스채플에서 동쪽과 남쪽을 바라보면 멀리 대구타워와 성서공단이 한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캠퍼스의 완연한 가을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마치 유럽의 궁전처럼 언덕 위에 세워진 건물에서 산 아래 도시를 내려다보면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가을은 있었다. 더위를 몰아내는 가을은 아름답고 기분좋게 다가온다. 덥다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변덕같은 간사함보다는 그저 '바람 참 시원하구나'하는 생각이 가을이라는 정서에 더 잘 어울린다. 오늘은 처서다. 장소를 뜻하는 곳 '처(處)'자에 더위 '서(暑)'로 만들어진 24절기 중 하나이다. 더위가 떠나기 전 마지막 머무른다는 뜻이다. 여름과 가을이 교대를 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처서인 오늘 아침은 시원한 바람과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때문에 가을이 정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선선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그 어느때보나 강렬하다. 처서에 비가 오면 곡식이 준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만큼 지금 이맘때 햇살은 곡물의 생장발율에 가..
지난 주말에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함께 설악산 나들이에 나섰다. 지금이 단풍철이라 설악산까지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자동차로 출발 했다. 수도권과 강원도를 이어주는 영동고속도로는 아침 일찍부터 정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강릉까지 중간 중간에 차량들이 지체와 정체를 반복한다는 뉴스에 우린 출발부터 아예 다른 루트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양평을 통과해서 인제를 거처 국도로 설악산을 가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으로 우리 4명의 식구들은 강원도까지 고통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올림픽도로를 타고 중부고속도로를 탈 수 있는 강일IC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강원도로 이어지는 국도인 6번국도를 만날 수 있는 팔당대교까지는 사상 최악의 정체를 맞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