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의 싸구려 충전케이블을 너무나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iPhone과 iPad 그리고 노트5, 노트북까지 모바일 기기를 여러대 가지고 있다. 노트북은 전용 충전기가 있으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 기기들은 Apple의 라이트닝(lightning)케이블과 USB 충전케이블로 충전을 해야한다.

다이소에서 저렴한 충전 케이블들을 판매하기 전에는 라이트닝 케이블은 최소 몇천원 이상이었다. MFi라는 Apple만의 고집스런 집착으로 충전케이블에도 인증칩을 넣었기에 중국산 짝퉁들이 그나마 국내로 흘러들어와 1만원대 이상이던 케이블 가격을 진정시켰다.

안드로이폰용 microUSB(흔히 5핀 케이블이라 불림)는 다이소에서 1천원에 판매되었고, 아이폰용 라이트닝(8핀 케이블로 불림)은 2천원이 보편적이었다. 근데 이들은 몇 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접촉불량이 생기는 그야말로 완전 싸구려에 돈값을 정확하게 하는 수준이다. 대부분 케이블 단선보다는 커넥터의 내구성 문제로 접촉이 안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어느 순간부터 iRiver 같은 기업이 다이소에 저렴한 케이블을 판매하면서 내구성은 좀 더 좋아졌으나, 여전히 오래 사용하지는 못할 수준이다. 특히 기기가 좋아지면서 고속충전을 해야하는 경우에 몇몇 제품(3~5천원대) 빼고는 2A 이상을 견뎌내지도 못하는 제품들이다.

어느날 고장난 케이블만 따로 모아뒀더니 작은 박스 하나를 다 채울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돈을 다이소에 갖다 바쳤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나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모바일 기기 하나씩쯤은 다 가지고 있으니 다이소 케이블은 그냥 단기 소모품처럼 쓰였다.

어찌 케이블뿐이랴. 충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5V, 1A 즉 5W짜리가 일반적이었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5V, 2A라고 달고 나오면 고속 충전기라고 부르면서 1만원에 육박하거나 살짝 넘긴 가격으로 판매도 했었다. 또 충전기 하나에 포트를 2개, 3개 달고 나오는 제품들도 있었다. 정격전압, 전류가 나오는지 모르는 그런 제품들은 그냥 얼마나 빠르게 충전되는지 제대로 충전이 되는지도 모르게 써왔다.

어느날부터 iPad 충전이 되다가 안되는 문제가 있어서, 제품 문제인줄 알고(Apple의 11W 충전기로 충전) 가로수길에 있는 Apple Store에 A/S를 갔는데, 제품은 배터리도 제품도 멀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충전기와 케이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속충전기의 세계

내가 너무 무심하게 살았던가보다. 시장에는 고사양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고속충전기도 쏟아져 나왔다. PD(Power Delivery), QC(Qualcomm Quick Charge), PPS(Programmable Power Supply), AFC(Adaptive Fast Charging) 같은 다양한 고속충전규격이 있었다.

단순히 스마트폰, 태블릿뿐만 아니라 노트북 충전도 되는 시대이고, USB-A, microUSB,  라이트닝이 점점 USB-C로 통일되는 시점에 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USB-C와 모양이 같은데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썬더볼트라는 규격도 일부 확산 중이다.

우선 iPad를 제대로 충전시키고자, 고속충전기를 물색했다. 베이스어스, 아트뮤, 벨킨, UM2, 아이엠듀, 클레버 등등 30W부터 150W까지 다양한 충전기 브랜드 제품들이 검색되었다. 플러그형과 전원케이블형으로 구분되며, 100W 이상의 제품에서는 전원공급의 안정성 문제로 전원케이블형이 일반적이다.

플러그형이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기 쉽고, 모바일 기기에 어울리는 조합으로 보여 찾아봤다. 최근 나오는 모델은 접지형에 'GaN(Gallium Nitride 질화갈륨)' 모델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접지형 모델은 아직 많지 않았는데, 노트북 충전 중 누설전류를 자주 경험했던 내게는 접지형 모델이 끌렸다.

여기서 잠깐. GaN('갠'으로 읽지만, 인공지능의 GAN과는 무관하다) 충전기의 정류소자로 기존의 실리콘(Si)로 사용하던 것을 질화갈륨으로 바꾼 것인데, 실리콘에 비해 비싸지만 크기와 발열에 유리한 소재여서 65W, 100W, 150W 같은 고용량 정류에 유리하고 크기가 작아서 고급형 충전기에 쓰인다.

그래서 고른 제품이 아이엠커머스의 UM2 65W 3포트 GaN 접지형 충전기였다. 오프라인에서 실물을 본 적은 없으나 각종 구매후기와 디자인을 보고는 그냥 구입했다. 충전기와 함께 케이블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같은 회사의 C to Lightning, C to C 케이블도 함께 구매했다. 일단 가격은 평소에 알던 충전기와 케이블 가격 이상이다. 그래도 Apple의 Lightning 케이블 정품 가격에 비하면...

C to C Gen 1, Gen 2 케이블, C to Lightning 케이블

USB-C 규격의 케이블도 USB 3.1 Gen1, Gen2로 구분되고, 충전전력 지원도 케이블에 따라 60W(20V, 3A), 100W(20V, 5A) 버전이 있으며, 데이터 전송속도도 일반적인 USB 2.0의 480Mbps의 10배, 20배가 넘는 5Gbps, 10Gbps의 제품이 있다. 일단 노트북 충전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2m 길이의 USB 3.1 Gen2 100W 제품으로 구매했다.

USB-C 케이블은 충전, 데이터전송 외에도 영상/음성 전송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속도와 전력용량은 중요하다. 콧대 높은 Apple이 iPad Pro 모델에 USB-C 타입을 사용하는 이유는 결국 표준이라는 압박도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에서 USB-C가 유리하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다.

이게 시작이었다. 가격은 충전기 44,900원, 케이블이 15,900원과 16,900원으로 7만원을 훌쩍 넘겼다. 충전기와 케이블에 이렇게 투자해본 적이 있던가? 뿐만 아니다. 출력이 제대로 나오는지 알아보려고 AliExpress(알리)로 USB 테스터도 1만원 주고 샀다.

여담이지만, 11월 중순에 알리에 주문을 했고, 최근 지원하는 카카오페이 덕에 환율계산 않고 바로 편하게 질렀는데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앞으로 알리에서 지르는 일이 많을 듯.

구매한 충전기와 케이블은 사용해 보면서 신뢰감이 바로 생겼다. 일단 제품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기능만은 설명한 그대로 나왔고, 묵직한 느낌의 무게감도 나름 괜찮았다. 마감처리도 잘 되어 유광의 ABS 재질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가방에 넣고 다니면 그렇게 무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상품 리뷰 중 접지 부위 플라스틱이 깨져서 실망스럽다는 것도 1건 있었지만, 대부분의 리뷰는 만족도가 높았다.

케이블은 여느 저렴이 케이블과는 확연히 달라 패브릭으로 감싸져 있으며, 여러가닥의 굵은 케이블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만져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전기는 굵고 순도높은 도체를 통해야 효율적으로 흐른다. 케이블 내구성을 가늠할 수 있는 커넥터 부분의 디자인은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케이블 타이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기본적으로 iPad Air 2에는 안정적으로 충전이 잘 되고 중간에 충전이 중단되는 일은 없었다. 정품 라이트닝 케이블에 정품 충전기를 연결해도 가끔 이유없이 충전이 안되는 일이 있었으나, 이젠 그런 일도 없고 충전도 더 빠르다.(정확하게는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USB테스터로 연결해 보니 9V와 5V를 오가며, 2A대를 왔다갔다했다.

그 다음은 2016년 초에 구입한 삼성전자 노트9 metal 제품. 충전기 소개에는 삼성 노트북의 경우 노트9 Always 제품(2017년형)부터 지원한다고 했으나, 바로 직전 모델인 노트9 metal는 i5 6세대 CPU와 39wH 배터리와 40W 충전기가 제공되는 모델이다.

삼성전자 노트9 metal (2016년 출시) PD 충전 가능

이 노트북에는 USB-A타입 2개 포트(2.0)가 있으며, USB-C 포트(3.0)가 하나 있다. 삼성 자체 표준 포트도 있으나, LAN연결 용도 외에 필요없는 포트다. USB-C포트는 PD충전이 된다.(설명서에는 된다고 되어 있으나 구입할 당시부터 지원한다는 리뷰는 한번도 본 적 없다) 그러나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제공되는 40W 충전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항상 그 묵직한 어뎁터는 노트북과 함께 가지고 다녀야 한다. (참고로, LG전자의 Gram 노트북 어뎁터도 삼성전자 노트북과 호환이 된다)

20V, 2A로 충전되므로 고속충전기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PD 충전이 가능할 거 같았는데, 역시나 지원된다. USB테스터로 연결해 보니 20V, 2A로 충전이 이뤄진다!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 이유로 충전구 구매 폭주가 시작되었다는...

참고로, 충전기는 USB-C에서는 5V, 9V, 12V, 15V, 20V 전압에 3.25A를 지원하여 최대 65W까지 지원한다. 요즘 나오는 웬만한 노트북 충전은 다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고속충전기 리뷰를 보면, 일부 USB-C 타입의 PD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노트북의 어뎁터 변환젠더를 통해 충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이 그런 노트북은 자체 전용 어뎁터를 쓰는게 더 낫다. PD지원의 장점을 설명하려고 구형 노트북까지 충전 가능하다고 장점을 드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변환젠더 들고 다닐 거면 차라리 전용 충전기 가지고 다니는 것이 낫다.

 

몇 개를 산거야?

일단 65W 3포트 짜리 제품이 마음에 들자 고속 충전기가 필요한 이유를 자꾸만 찾았다. 더 사놔야겠어! 이런 맘이 들었고, 이번엔 5V, 1A가 최대인 내 차의 충전기도 바꾸기로 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시거잭용 12V/24V 입력이 가능한 차량용 고속충전기 45W 2포트(USB-A, C 포트) 제품을 샀다.

가격은 배송비 포함 13,000원. 이와 별도로 C to Lightning 케이블도 필요해서 당근마켓을 통해 Apple 정품 케이블(에어팟용) 2개에 25,000원에 구입. 이미 앞서 구입한 충전기, 케이블 포함하면 이미 11만원을 넘겼다.

이렇게 구입한 제품들을 잘 사용하다 고속충전기가 없는 딸아이를 보고는, 이번엔 2포트짜리 45W 제품을 또 구입했다. 아이가 삼성노트북 9 Always를 가지고 있어서 45W면 충분해서 구매해줬다. 26,900원. 이러면 다시 누적 14만원에 육박! 

45W 2포트 제품은 케이스가 유광, 무광이 섞여 있어서 훨씬 고급스러운 4각형 제품이다. 다만, 접지가 없는 형태여서 노트북 충전 시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 쉽고, 동시 2개의 기기를 충전해도 충분한 출력을 내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딱 좋았다. 베이스어스의 PD충전기도 물망에 올랐으나 유럽형 돼지코 플러그여서 패스.

충전기 지름을 시작한지 어느덧 한달째 다 되어 가는 날. 다시 65W 3포트 제품을 하나 더 구입했다. 처음 구입한 것은 노트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용도이며, 이번엔 집에 놔두고 상시 사용하는 용도로 샀는데, 과감히 두 개의 충전기를 퇴역시켰다.(3 in 1) 지난번엔 화이트였으니, 이번엔 블랙으로 구입했다. 제품은 아무래도 때를 타지만 화이트가 더 예쁜 거 같다.

이번엔 1.2m 레드 60W C to C 케이블을 함께 샀다. UM2 제품 모조리 테스트해 보겠다는 건지... 케이블은 6,900원, Gen2와 Gen1의 차이, 2m와 1.2m의 가격 차이가 크다. 여튼 이렇게 구입한 금액은 포인트 일부 써서 50,000원. 전체를 따져보니 거의 한달동안 20만원의 돈을 고속충전기와 케이블에 투자를 한 것이다.

쇼핑은 이렇게 무섭다. 그냥 뭔가에 한번 빠지고 나면 꼭 사게되는 내 쇼핑 성향도 큰 영향을 줬지만, 모든 구매에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자꾸 구입하게 된다. 한달 가까이 사용해 보고 있지만, UM2 충전기와 케이블들은 조금은 사악한 가격 외엔 모두 마음에 든다.

 

* 소개한 제품은 일체 개인의 비용으로 구매하였으며, 업체로부터 제품 또는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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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oogunking.tistory.com BlogIcon joogunking 2020.12.17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